세계인의 놀이 된 '불닭 챌린지'…삼양, K푸드 대표주자로 우뚝

삼양식품, 1분기 역대 최대 실적 달성
매출액 29% 늘고 영업이익 73% 증가

"브랜드 넘어 콘텐츠로 진화한 불닭"
세계인의 '매운 맛 챌린지'로 유행

중국 유통 꽉 잡고 동남아 현지화
미국 등 주류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
삼양식품이 올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 14일 발표된 영업이익은 266억원(연결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했다. 매출액은 29% 늘어난 1563억원. 증권사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에 목표 주가를 일제히 10~25% 상향 조정했다.
삼양식품의 실적을 견인한 건 해외 성적이다.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불닭' 브랜드가 해외에서 없어 못팔 지경이다. 불닭볶음면의 누적 판매량은 23억개. 해외에서 연간 4억 개 이상 팔리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세계인의 놀이가 된 '불닭 챌린지'

불닭볶음면은 2012년 여름 처음 나왔다.김정수 삼양식품 대표가 딸과 함께 찾은 분식집에서 아이디어가 나왔다. 당시 분식집 앞에는 매운 맛에 도전하기 위해 10~20대 여성들이 길게 줄서 있었다. 삼양라면은 농심, 오뚜기, 팔도에 밀려 라면업계 꼴찌였다. 김 대표는 국물 없이 극강의 매운 맛을 내는 불닭볶음면으로 승부를 걸었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했다. 매운 맛을 즐기는 소비층은 한정적이었다. 매출이 더 늘지 않았다. 출시 4년 만인 2015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 하락했다.
잭팟은 해외서 터졌다. 마침 유튜브 스타 '영국남자'가 매운 맛에 도전하는 '불닭 챌린지' 영상을 공개했다. 삼양식품은 중국, 동남아시아 등 1020세대를 겨냥해 불닭 먹기를 '놀이 문화로 확산시켰다. '눈물 콧물 쏟아면서 끝까지 맛있게 먹는 영상'은 제품 홍보가 아니라 하나의 컨텐츠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기까지 했다. 여세를 몰아 '불닭쫄볶이' '핵불닭볶음면' '치즈불닭볶음면' '붉닭파스타소스' 등 5년간 약 30종의 후속작을 출시했다. 중국 입맛 꽉잡았다

삼양식품 수출액 중 50%는 중국에서 나온다. 중국 수출액은 2016년 450억원에서 1년 만에 1000억원을 넘어섰다. 처음엔 파워 유튜버인 '왕홍'을 공략하고 웨이보와 위챗 등 SNS를 활용했다. 사드 사태가 분수령이 됐다.

2019년 한국 기업들이 줄줄이 현지서 철수할 당시 삼양식품은 오히려 확장 전략을 썼다. 온라인 위주 판매 전략에서 벗어나 오프라인 판매까지 책임질 현지 총판(중국 최대 온오프라인 유통사인 '닝씽유베이국제무역공사')을 잡은 것이다 삼양은 코로나19로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지난 1분기에 중국내 매출을 50% 이상 늘릴 수 있었다.
중국에 이어 2대 해외시장인 동남아에서는 '현지화'에 힘썼다. 수출 초기부터 할랄 인증 획득해 세계 무슬림의 60%가 거주하는 지역에서 제품을 빠르게 알렸다. 현지 식문화에 맞는 해외 수출 전용 신제품도 내놨다. '콘불닭볶음면' '불닭김스낵' 등이다. 지난해 불닭볶음면은 인도네시아에서 연간 200억원, 말레이시아에서 150억원어치 팔렸다.

'라면'에서 시작해 '치약'까지 점령
불닭 열풍은 미국과 유럽 등으로 본격 확산중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매운 맛은 성공 못한다'는 공식을 깨고 '파이어 누들 챌린지가 급속하게 번지고 있다. 오리지널 불닭볶음면 등을 포함해 '까르보불닭볶음면' '치즈불닭볶음면' 등의 후속 제품들이 히스패닉와 백인 등 미국 주류 사회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불닭볶음면은 기존 식품회사들에 없던 '캐릭터 사업'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닭 캐릭터를 활용해 만든 불닭볶음면의 캐릭터 '호치'는 치약, 칫솔, 파스타소스 등 각종 MD상품으로도 재탄생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해외 수출을 위해 2022년 완공 목표로 현재 경남 밀양에 라면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