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유가 하락에 흑자는 냈지만…곳곳에 불안요인 상존

"유가·환율 변동성 커 경영환경 불확실"…전기요금 개편안 주목
한국전력이 올해 1분기 깜짝 흑자 전환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판매수익이 부진했지만, 국제유가 급락으로 연료·구입비가 더 많이 감소한 데 따른 '불황형 흑자'이다.

2018년부터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한전으로서는 한숨을 돌렸지만, 내부적 노력보다는 외부 상황에 기인한 성과라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한전도 이런 점을 인식한 듯 합리적인 전기요금 개편 논의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내비쳤다.
◇ 국제유가 하락 타고 3년 만에 흑자
15일 한국전력 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4천306억원이다.

1분기 기준으로 2017년 1조4천632억원 이후 3년 만의 흑자이다.

분기별 영업이익은 2017년 4분기 -1천294억원을 기록하며 4년 6개월 만에 적자로 전환한 이후 2018년과 2019년에도 전기판매량이 많은 3분기를 제외하면 내리 적자를 냈다. 지난해 한전은 두 번째로 큰 적자 규모인 1조2천765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그러던 한전이 올해 1분기 흑자를 낸 가장 큰 요인은 국제유가 하락이다.

코로나19로 석유 수요가 감소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원유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추락하면서 국제유가와 연동하는 연료·구입비를 크게 아낄 수 있었다. 전기의 도매가격 격인 전력시장가격(SMP)은 지난해 1분기 kWh당 109.9원에서 올해 1분기 83.3원으로 24.2% 떨어졌다.

이에 따라 한전은 연료비를 8천813억원 줄였고 구입전력비는 구매량이 8.4% 늘었는데도 7천192억원이 줄어드는 등 총 1조6천5억원을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한전 측은 "최근의 저유가 수준이 계속 유지될 경우 경영 여건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미세먼지 저감 대책에 따라 석탄 이용률이 전년 72.5%에서 60.4%로 12.1%포인트 떨어지며 실적 상승분을 일부 상쇄했다.

정부는 '미세먼지 고농도 시기(2019년 12월∼2020년 3월) 대응 특별대책'에 따라 일부 석탄발전소의 가동을 정지하고 발전출력을 80%로 제약했다.
◇ 외부환경에 좌우되는 한전 실적…근본적 개선책 내놓나
에너지업계에서 한전의 실적은 뜨거운 감자였다.

2015년 11조3천467억원, 2016년 12조16억원 등 호실적을 보였던 한전이 계획예방정비에 따른 일시적 원전 이용률 하락과 여름철 전기요금 할인 등의 영향으로 2018년 2천80억원 적자를 낸 데 이어 지난해는 1조2천765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대폭 확대됐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실적 개선은 한전의 자구노력보다는 외부환경 덕을 본 것이라는 한계가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주요 산업이 부진하면서 전기 수요가 감소하는 것도 한전 실적에는 부정적인 요소다.

1분기 계약종별 전력판매수익은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 등의 영향으로 3.7% 늘어난 주택용을 제외하면 모두 감소했다.

산업용은 2.3%, 상업시설을 포함하는 일반용은 1.5% 감소했고, 개학이 미뤄지면서 교육용은 11.0% 급감했다.

농업용은 1.2% 줄었다.

코로나19 영향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오른다면 한전의 재무 상황은 다시 악화할 수 있다.

한전 역시 "코로나19와 산유국 간 증산 경쟁 등으로 환율과 유가 변동성이 매우 높아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경영환경을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신기술을 적용해 공사비를 절감하는 등 재무 개선을 계속 추진하고 지속가능한 전기요금체계 마련을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전은 올해 상반기 중 전기요금 개편안을 만들어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개편 방안으로는 주택용 계시별 요금제 도입, 필수사용공제(전기사용량이 월 200kWh 이하인 소비자에게는 월 4천원 한도로 요금을 깎아주는 제도) 폐지 등이 언급된다. 한때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코로나19로 주요 업종의 부진이 심화하면서 실현 가능성은 작아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