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법 논란에…방통위 "카톡·문자 검열 법안 아니다" 반박

최성호 방송통신위원회 사무처장이 'n번방 방지법'에 대한 인터넷 업계의 공개질의에 답변을 발표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제공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n번방 방지법'을 둘러싸고 인터넷 업계에서 제기된 반발에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네이버, 카카오 등 인터넷 업계에 사전검열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며 강조했다.

방통위는 15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n번방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인터넷 사업자가 이용자의 사생활과 통신비밀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밝혔다. 최근 인터넷기업협회·벤처기업협회·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은 'n번방 방지법'과 관련해 공동질의서를 통해 "인터넷 사업자의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방지 의무가 강화되면 사업자가 이용자의 게시물과 콘텐츠를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며 공동 질의서를 보낸데 대한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이 법안은 지난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본회의를 남겨두고 있다. 최성호 방통위 사무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인터넷 사업자에게 '정보통신망을 통해 일반에 공개돼 유통되는 정보' 중 디지털 성범죄물에 대해 삭제 등 유통방지 조치를 하거나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할 의무를 부과하는 해당 법 개정안은 개인 간 사적 대화를 포함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문자, 카카오톡.라인 등에서의 대화, 이메일 등은 사적인 대화에 해당하는 만큼 인터넷 사업자가 관리할 의무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반에 공개돼 유통되는 정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일반인이 특별한 로그인이나 관리자의 승인 없이도 접근 가능한 정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공개 게시판, 포털 뉴스 댓글, 오픈 채팅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만 카톡 오픈채팅은 별도의 승인 과정 없이 접근 가능한 만큼 관리 의무 대상에 포함된다.

인터넷 기업이 취해야할 '기술적.관리적 조치'에 대해서는 "불법촬영물 발견시 신고할 수 있는 기능, 불법촬영물 등이 서비스내에서 유통되지 않도록 인식하고 이용자가 검색하거나 송수신하는 것을 제한하는조치, 경고문구 발송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번방 사태는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회원제 비공개방에서 이루어졌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공간에서 이루어진 범죄라 할지라도 피해사실에 대한 신고가 접수되면 인터넷 업체가 폐쇄나 차단 등의 기술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이번 법안은 그같은 조치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성착취 등 피해가 발생하고 신고가 접수되는 경우에 한해 기업이 조치를 내리는 것이지, 사전검열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최 사무처장은 "앞으로 이 법이 통과되면 해외사업자라 하더라도 조금 더 명확한 규제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라면서 "(텔레그램 문제와 같은)그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경찰 및 국제공조를 통해 동일하게 집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사업자 의견을 수렴해 우려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다.

업계는 정부가 이번 입장발표에서 업계가 질의한 여러가지 의혹들 중 민간사업자의 사적검열 강제화 조항에 대해서만 해명했을 뿐 다른 부분들은 설명이 부족하거나 아예 누락됐다고 평가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불법촬영물 차단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 시행령·대통령령 등으로 법 규제가 추후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점 등 애초 업계가 제시한 의문에 대해 설명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수영/구민기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