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종부세 완화' 띄우지만…기재부 "수정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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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이낙연·김태년 등 잇따라정세균 국무총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 등 여권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시사하는 발언이 나왔지만 기획재정부는 강화 방침에 후퇴가 없다고 밝혔다. 여당과 정부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종부세 대상자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1주택자 부담 낮출 필요" 주문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시장점검회의를 열고 “종부세법 등 5개 법 개정안의 20대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국회 임기가 종료될 경우 21대 국회에 기존안 그대로 재발의하겠다”고 말했다. 기재부가 국회에 제출한 안은 1주택자라 하더라도 종부세를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정 총리가 지난 11일 “종부세 부과 기준(9억원)이 정해진 뒤 집값이 많이 올랐는데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조정하는 정도는 가능하다”고 말한 것과 180도 다른 얘기다.기재부 “종부세법 강화 그대로”
정부는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을 통해 종부세 강화 방침을 발표했다. 김정우 민주당 국회의원은 종부세율을 지금보다 0.1~0.8%포인트 올리는 정부안을 담아 종부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종부세 과세표준으로 봤을 때 1주택자라 하더라도 3억원 이하는 0.5%에서 0.6%, 3억~6억원은 0.7%에서 0.8%로 높이는 것이 골자다. 형식은 의원 입법이지만 사실상 기재부가 만들어준 안이나 다름없다는 게 기재부 안팎의 전언이다.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가운데 지난 총선 국면에서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종부세율 조정을 시사하는 발언이 잇따라 나오면서 종부세법 개정안을 다시 수정할 것인지가 화제로 떠올랐다. 이낙연 위원장은 4월 2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1가구 1주택 실소유자, 그리고 그분들이 뾰족한 소득이 없는 경우에 현실을 감안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종부세율 조정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풀이됐다.총선 후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투기 수요 근절은 우리 당의 기본 원칙”이라면서도 “1주택자 중 장기간 실거주한 분들에 대한 부담 경감은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 이어 11일 종부세 과제표준에 대해 언급한 정 총리의 발언은 21대 국회에서 종부세법 개정안을 다시 제출할 때 일부 조정이 있을 것이란 예상을 하게 했다. 종부세 부과 대상을 현행 9억원에서 12억원 등으로 높이면서 종부세율 인상은 그대로 추진하는 등의 절충안이 거론됐다.
하지만 김용범 차관의 발언은 여당의 종부세 완화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었다. 기재부는 종부세율 인상,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세부담 상한 상향조정, 1주택 보유 고령자 세액공제율 10%포인트 인상 등이 담긴 종부세법 개정안 통과를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총리 발언도 기존 개정안의 취지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수정안을 낼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 의지 확고”종부세법 개정안 외에도 주택 세금과 관련한 4개 법안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소득세법 개정안에는 1가구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에 거주기간 요건 추가, 2년 미만 보유주택 양도소득세율 10%포인트 인상, 양도세 중과 주택 수에 분양권 포함 등을 담았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불법 전매 시 10년간 청약을 제한하는 주택법 개정안, 임대 등록 시 취득세와 재산세 혜택을 축소하는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임대사업자 등록요건 강화와 임차인 보증금 피해 방지 등을 담은 민간임대주택특별법 개정안 등도 계류 중이다.
정부는 이들 법안도 20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21대 국회에 원안 그대로 제출하기로 했다. 김 차관은 “주택시장 안정을 지켜나가고 주택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며 “주택을 매개로 하는 투기와 시장 교란 행위에 엄정히 대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부동산시장점검회의에선 서울 집값의 둔화 흐름에 대한 분석도 나왔다. 서울 집값은 3월 마지막주 전주 대비 0.02% 하락한 것을 시작으로 5월 둘째주(-0.40%)까지 하락세가 이어졌다. 김 차관은 “지난해 과열 양상을 보이던 서울 집값이 둔화되고 있다”며 “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강남 4구, 마포·용산구 등의 하락세도 뚜렷한 모습”이라고 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