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10루타 종목' 찾으려면 단기 高수익 좇지 말라

장경영의 은퇴 잘 합시다
(6) K바이오 투자

'대박 신약'만 믿고 올인 땐 낭패
최종 상용화 확률 9.6%에 불과

기업 펀더멘털 분석·장기투자 등
바이오 업종 감안한 전략 필요
‘월가의 영웅’ 피터 린치는 ‘10루타 종목’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주가가 100% 상승하는 걸 1루타로 치면 10배 상승할 종목에 투자하라는 의미다. 요새 K바이오에서 10루타 종목을 발굴하려는 주식 투자자가 많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일명 삼바), 셀트리온그룹, 코로나 진단키트 업체, 각종 신약 개발 기업까지 K바이오의 위상이 높아진 결과다.
‘K 열풍’은 예전에도 자주 불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종목들에 K가 붙어 매수세가 몰렸다. 10여 년 전 K팝 관련 엔터테인먼트 주식과 2014~2015년 K뷰티 바람을 탄 화장품 주식이 대표적이다. K바이오는 규모(시가총액 기준) 면에서 단연 으뜸이다. 삼바와 셀트리온이 시가총액 3위와 5위에 올라 있고 코스닥시장에선 바이오 종목이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그만큼 많은 투자자가 K바이오 ‘사자’에 나섰다는 의미다. 인생 100세 시대를 감안하면 바이오 의약품 수요는 어느 분야보다 성장세가 확실할 것이란 전망도 K바이오 인기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이렇게만 보면 성공 투자의 보증수표 같지만 K바이오 투자가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바이오 주식이라면 누구보다 할 말이 많은 A씨. 2018년 초 삼바 투자를 시작했다. ‘삼성’이 하는 ‘바이오’ 사업이라니 투자해볼 만했다. 제2의 삼성전자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 한 달 남짓 분할 매수한 결과 평균 매수 단가를 43만원에 맞췄다. 2개월 만에 주가가 58만4000원을 찍었다. 수익률이 35%에 달했다.

‘좀 더 살 걸’이라는 즐거운 후회도 잠시, 분식회계 논란이 불거지면서 주가가 고꾸라졌다. 4개월 뒤 반등하는 듯하더니 상장폐지까지 거론되다 19거래일간 매매가 정지됐다. 원금의 30%가 사라진 상태인 데다 분식회계 문제가 언제 해결될지도 막막했다. 손절매도 고민했지만 ‘기업 펀더멘털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니다’는 시장 평가를 믿어보기로 했다. 주가는 9개월 뒤 바닥을 찍고 올해 2월까지 상승 흐름을 보였다. 수익률이 플러스로 전환하면서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보상받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엔 코로나19 사태가 발목을 잡았다. 다시 한 번 용기가 필요했다. 어차피 노후 준비용 장기투자였으니 버티기로 했다. 분식회계 때와 달리 주가는 V자 반등에 성공했다. 코로나19 사태가 K바이오에 되레 호재로 작용하면서 K바이오 대장주가 수혜를 봤다. 삼바는 지난달 미국 바이오 업체와 지난해 매출의 63%에 달하는 4400억원 규모의 코로나19 치료제 수탁생산(CMO) 계약을 맺었다. 앞으로도 공장이 없는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의 위탁생산 물량이 쇄도할 전망이다.삼바의 경우 2016년 말 상장 당시 14만4000원이었으니 현 주가(61만2000원, 14일 종가 기준)의 두 배가 되면 얼추 10루타 종목이 된다. 하지만 언제든 주가의 발목을 잡는 악재는 터질 수 있다. 그나마 삼바는 세계적 수탁생산 기술이 핵심 경쟁력이라서 수익이 안정적이란 평가(서근희 삼성증권 바이오 담당 연구원)를 받는다.

이와 달리 신약 개발 기업은 임상1상에서 최종 상용화까지 9.6%에 불과한 성공 확률과 싸워야 한다. 확률이 낮지만 성공하면 그야말로 잭팟을 터뜨릴 수 있기 때문에 수년째 적자 상태인데도 투자자들은 대박 신약에 기대를 건다.

K바이오에서 10루타 종목이 목표라면 우선 A씨처럼 기업 펀더멘털과 상관없는 충격을 견딜 용기가 필요하다. 그 용기의 상당 부분은 장기투자 전략이 뒷받침한다. 단기 고수익을 추구하면 그런 충격을 버텨낼 재간이 없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베팅으로 신약 개발 기업에서 10루타 종목을 찾으려면 투자 금액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잡아야 한다. 10루타 종목 발굴 기회가 오직 한 번뿐인 것처럼 투자하지 말자.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