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연·개국본…'불투명한 기부금 사용' 논란에 기부문화 위축 우려

사진=연합뉴스
대학생때부터 4년째 매달 5000원씩 한 국제봉사단체에 정기후원을 하던 회사원 A씨(28)는 최근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후원금 논란’을 지켜보며 후원을 중단했다. A씨는 “단체 홈페이지에 후원금으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에 대한 소개가 있긴 하지만 과연 후원금 전체를 제대로 쓴 게 맞는지 믿지 못하겠다”고 했다.

정의연 등 시민단체들의 불투명한 기부금 처리 논란이 최근 잇달아 발생하면서 일부 단체의 일탈이 전체 모금단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기부문화가 위축돼 정작 기부가 필요한 곳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후원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정의연을 횡령과 사기 등 혐의로 수사해달라는 고발장이 검찰에 잇달아 접수되고 있다. 앞서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해 후원금 4억원을 잃고도 이 사실을 후원자에게 알리지 않아 사기와 기부금품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당한 ‘조국 수호 집회’ 개최단체 개싸움국민운동본부도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5년만 해도 3건에 불과하던 기부금품법 위반으로 기소되는 사례가 지난해 12건으로 4배 증가했다. 기부금품법에 따라 1년에 1000만원 이상 금액을 모집하면서 지방자치단체 등에 모집등록을 하지 않거나, 기부금을 모집 목적 이외 용도로 사용한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과거에도 기부금과 후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해 국민 공분을 일으키는 사례들이 있다. 어려운 아이들에게 교육 지원을 하겠다며 4만9000여명으로부터 127억원을 모아놓고, 단 2억원만 소외계층을 위해 쓰고 나머지를 부동산 구입 등에 사용한 윤항성 새희망씨앗 회장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5월 대법원은 그에게 징역 6년형을 확정했다. 2017년엔 ‘어금니 아빠’ 이영학씨가 딸의 수술비가 필요하다고 호소해 받은 후원금 10여억원을 외제차 구입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매년 이 같은 사례가 누적되면서 기부에 대한 회의감이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기부 경험이 있는 사람’이 2013년 34.6%에서 지난해 25.6%로 감소했다. 향후 기부 의향이 있다는 비율도 같은 기간 48.4%에서 39.9%로 떨어졌다.

후원경로별 기부 현황을 보면 모금단체 등을 통하지 않고 대상자에게 직접 기부했다는 비율이 2013년 12.8%에서 작년 17.0%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단체들의 ‘깜깜이 기부금 사용’에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들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정의연 사태가 이 같은 경향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관계자는 “기부금이 사용되는 현장에 후원자들을 초대하는 등 후원자들에게 보다 투명하게 집행 내역을 공개하는 방안을 지금보다 더 확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