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화웨이 고사 작전'…삼성·하이닉스도 초비상

美, 9월부터 새 수출 규제
'G2 전쟁'에 韓기업만 피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최대 거래처인 화웨이에 공급하는 반도체 물량이 급감할 전망이다. 미국이 화웨이의 스마트폰 및 통신장비 생산을 불가능하게 하는 ‘반도체 봉쇄’ 작전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미·중 간 경제 패권 다툼으로 한국이 샌드위치 신세에 몰리며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5일 미국의 기술과 장비를 활용한 외국 반도체 제조업체는 미국의 허가(라이선스) 없이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수출 규제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9월부터 시행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규제안에 대해 “화웨이의 통신반도체 조달 길을 완전히 막아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의 1차 타깃이 대만 파운드리(반도체수탁생산)업체인 TSMC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생산시설이 없는 화웨이는 자체 설계한 통신반도체를 TSMC에 주문해 생산해왔다. 미국이 자국 기업인 퀄컴의 반도체 공급을 끊어도 화웨이가 스마트폰을 계속 출시할 수 있었던 이유다.

TSMC가 미국의 새로운 규제를 받으면 화웨이의 스마트폰 생산 자체가 원천봉쇄돼 불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튈 전망이다. 두 회사가 화웨이에 납품하는 D램과 낸드플래시가 연간 10조원 안팎에서 제로 수준으로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미·중 패권 경쟁에 애꿎은 한국 기업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한 반도체 전문가는 “미국이 ‘화웨이 죽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라며 “한국 기업도 미국의 기술과 장비를 활용하지 않고서는 반도체 생산 자체가 불가능한 만큼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국은 미국의 조치에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정부는 화웨이 제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애플 등 미국 기업에 대한 강력한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