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엄중 주시"…여당 '윤미향 기류' 바뀌나

쌓이는 의혹에 엄호→우려 목소리 커져
21대 국회 개혁입법 추진에 차질 우려도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쉼터 매입 문제 등 윤미향 당선인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 일로를 걷자 더불어민주당의 대응 기류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당초 당내에선 '친일·반일 프레임'까지 꺼내 들며 윤 당선인을 엄호하는 분위기가 뚜렷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의혹이 불거지고 여권 지지층의 반응도 차가워지자 더는 옹호해선 안 된다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18일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당과 깊이 상의하고 있다"고 밝힘에 따라 당의 대응 기조가 변곡점을 맞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간 이 위원장은 주요 현안을 두고 당 지도부와 국민 정서 사이에서 '균형추' 역할을 해왔다.

지난 2월 민주당이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의 '민주당만 빼고' 칼럼을 고발해 후폭풍이 일자 당에 고발 취소를 요청했고, 진영대결로 번진 조국 사태 국면에선 "공정을 지향하는 시민들께 많은 상처를 줬다"며 자세를 낮추기도 했다.이 위원장 측은 발언의 의미에 대해 "당이 그저 정의연을 편들 것이 아니라 진실에 대해 조사하고, 국민 눈높이에서 엄중하게 대처하길 바란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학생운동권 출신인 수도권 재선 의원은 "섣불리 친일파의 공격 프레임으로 가져가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며 "이번 사안은 위선의 문제로, 한숨만 나올 뿐"이라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윤 당선인 개인의 문제인 만큼 분리해서 깔끔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윤 당선인의 결단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범계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워낙 여론 지형이 좋지 않다.

당에서 그냥 본인의 소명, 해명 그리고 검찰수사만을 기다리기에는 아마 어려운 상태로 갈 수도 있다"고 했다.

당원 게시판에는 이날도 "윤미향과 더불어 폭망할 것인가.

살 수 있는 길은 하루라도 빨리 손절하는 것", "왜 윤미향을 두둔하나.

당 차원의 진상조사 즉각 실시하라" 등 항의 글이 빗발쳤다.

일단 민주당은 윤 당선인 개인에 대한 자체 조사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심각하고 무겁게 보고 있다"면서도 "특별히 이 사안에 대해, 또 당선인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여론 악화는 부담스럽지만, 자체 조사와 그 결과가 몰고 올 새로운 파장을 더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자체 조사를 했음에도 '문제 없다'는 결론을 내리면 면죄부를 줬다는 외부 비판이 따를 것이고, '문제 있다'고 가닥을 잡는다면 "친일세력의 최후 발악"이라는 진영 내 강경론에 맞서는 형국이 될 수밖에 없다.

벌써 일부에서 윤 당선인을 향해 '결자해지'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딜레마를 반영하는 측면이 강하다.익명을 요청한 한 주류 핵심 의원은 "21대 국회 시작과 함께 당정청은 그야말로 합심해 공수처 발족과 개혁입법, 5·18 민주화운동 관련 법안을 추진해야 한다"며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한 개인의 도덕적 문제에 정국이 함몰돼 야당에 질질 끌려가는 것은 절대 바람직스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