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3조弗 모은 '포트폴리오 투자' 22개로 분산, 수익 50%·손실 0%

NH證, 1억 투자 시뮬레이션
사진=한경DB
“우량주에 장기 투자하라.”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말이다. 그 반대는 “분산 투자를 하면 수익률이 떨어진다”다. 한국 주식시장에서도 이 말이 통할까. 시뮬레이션을 해봤다. 약 3년 전인 2017년 7월 삼성전자에 1억원을 ‘몰빵 투자’한 사람은 5월 12일 기준 약 1000만원의 수익을 냈다. 물론 17%의 손실이 났을 때 참고 기다린 덕분이다. 또 다른 우량주로 꼽혔던 현대차에 같은 금액을 투자했다면 44% 손실을 봤다.

같은 기간 주식, 채권, 원자재를 포함해 22개 자산에 같은 비중으로 분산 투자한 투자자는 최악의 상황에도 한 번도 투자 원금이 줄어든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5200만원을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급락과 급등이 이어진 변동장에서 포트폴리오 투자가 유망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변동성 클수록 리스크 낮춰라

‘포트폴리오 투자’는 위험은 분산하고, 수익률은 높일 수 있는 투자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트폴리오 전략은 1952년 미국 경제학자 해리 마코위츠가 논문을 통해 발표한 개념이다. ‘투자자가 수익을 극대화하면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1990년대까지 미국에서도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리스크는 최소화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투자 구성을 만들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포트폴리오 투자는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다양한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이 출시된 덕분이다. 미국 핀테크(금융기술) 기업 브로드리지는 지난해 미국에서 포트폴리오 구조로 운용되는 자산 규모가 3조달러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이 회사는 포트폴리오 투자가 늘어난 배경으로 ETF의 성장을 꼽았다.하지만 한국의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1~2개 종목에 집중 투자한다. ‘동학개미’들이 초기에 삼성전자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은 이런 영향이다.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은 채 집중 투자가 수익률이 더 높고, 분산 투자는 수익률이 낮아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보유 종목 수가 1개인 투자자는 전체 투자자의 41.4%에 달했다. 이런 투자의 위험성은 10년 장기투자에서도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시가총액 상위 10위 업체에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삼성전자와 현대차 정도가 좋은 수익률을 가져다줬을 뿐이다.

분산 투자, 수익률도 높을까

포트폴리오 투자를 하면 어떻게 될까.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는 투자자 A씨가 2017년 7월 1일 1억원을 특정 종목에 집중 투자했을 때와 분산 투자했을 때의 수익률을 비교했다.분산 투자의 경우 △한국 대표주(삼성전자, 네이버, 카카오, 삼성바이오로직스, 엔씨소프트) △미국 대표주(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아마존, 알파벳, 페이스북) 등 주식 10종목과 △국가별 지수△채권 △원자재 △부동산 △헤지펀드 △금 등 12개 자산군 ETF에 분산 투자했을 때 수익률을 계산했다. 모두 같은 비중으로 투자했다고 가정했을 때 5월 12일 현재 수익률은 52%였다. 투자 시점 이후에 계속 자산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에 투자 기간 내내 손실을 본 적이 없었다. 코로나19로 세계 주가가 폭락한 지난 3월 19일 보유한 모든 자산을 팔았어도 26%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반면 개별 종목은 변동성이 컸다. 22개 자산군 중 투자했을 당시에 비해 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이 없던 종목은 MS 한 개뿐이었다. 포트폴리오 투자가 개별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것과 비교해 위험 대비 수익률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는 게 NH투자증권 측 설명이다.

투자 시점 바꿔도 결과는 비슷투자시점에 따라 편차가 생길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투자시점을 2017년 6월부터 6개월 단위로 바꿔서 여섯 가지 경우로 시뮬레이션해봤다. 여섯 번 가운데 두 번 손실률이 0%였다. 주식 종목에만 투자한 경우에는 변동성이 훨씬 커졌다. 10개 종목을 여섯 번의 투자 시점에 투자했을 경우 60번의 투자 중 한 번도 손실을 내지 않은 횟수는 일곱 번에 불과했다.

집중 투자를 선택한 경우 한국 주식 ETF, 원자재 ETF를 선택했을 때 큰 손실을 봤다. 원자재 ETF는 지난 12일 기준 3217만원의 손실을 입게 된다. 우량주를 선택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한국 주식보다 미국 주식을 선택했을 때 수익률이 좋았다. MS, 애플, 아마존에 투자한 경우 각각 207%, 145%, 17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10년을 놓고 봐도 미국 시가총액 상위 10위 기업에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한국과 달리 다섯 개 종목에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올 들어 주식시장으로 몰린 투자자들의 해외직구가 크게 늘어난 배경이기도 하다.

송재학 NH투자증권 상품솔루션본부장은 “국민연금과 같은 전문 투자자들이 대표적으로 포트폴리오 투자를 하는 곳”이라며 “개인도 다양한 자산군에 분산 투자를 하는 것은 물론 투자 시점도 적립식으로 분산해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