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미, 베네수엘라행 이란 유조선 해적질 말아야" 경고

이란 외무부는 18일(현지시간) 낸 보도자료에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에게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교역을 미국이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외무부에 따르면 자리프 장관은 이 서한에서 "미국은 베네수엘라로 연료(휘발유)를 수송하는 이란 유조선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라며 "이는 독립 주권이 있는 나라의 정당한 교역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이 이란 유조선의 항행을 방해한다면 이는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는 해적질이나 다름없는 불법적인 도발이다"라며 "미국은 국제무대에서 괴롭힘을 중단하고 국제법을 존중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는 그런 불법행위에 따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라며 "미국이 카리브해에 군대를 보내 이란 유조선을 막는다면 이란은 그들의 위협에 적절한 조처를 할 권한이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란 외무부는 17일 주이란 스위스 대사를 불러 이란 유조선을 위협하지 말라는 경고를 미국에 전달해 달라고 요구했다. 주이란 스위스 대사관은 미국의 이익대표부 역할을 한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은 스위스 대사에게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관계는 전적으로 합법적이고 양국간 에너지 거래를 위협하는 미국의 행위는 국제법에 어긋난다"라며 "이란은 이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서방 언론은 최근 이란이 연료난을 겪는 베네수엘라에 3월 말부터 화물기 10여편으로 휘발유와 정유 시설에 필요한 설비, 기술진을 보냈고 베네수엘라는 금으로 대가를 치렀다고 보도했다. 또 이란 남부 항구에서 출발한 유조선 5척이 수에즈 운하를 지나 대서양 쪽으로 항해 중이라는 자료가 공개됐고 이 배에는 베네수엘라에 보낼 휘발유가 실려있다는 추측도 나왔다.

이란과 베네수엘라는 반미 진영의 대표적인 우방으로, 미국의 제재 대상이다.

로이터통신은 14일 익명의 미국 고위 관리를 인용해 베네수엘라를 돕는 이란의 유조선을 막는 필요한 조처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6월 4일 영국 해군은 지브롤터 해협을 지나는 이란 유조선 1척을 유럽연합(EU)의 제재 대상인 시리아로 향한다는 이유로 억류했다.

이란은 이 억류 사건의 배후를 미국이라고 주장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