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상점 두달 만에 영업 허용됐지만…"자금난에 문못열어"

27만여곳 폐업 위기…썰물처럼 빠진 관광객에 매출 전망도 암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심각한 경기 침체 국면에 진입한 이탈리아에서 18일(현지시간) 대부분의 상업 활동이 재개됐으나 봉쇄의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봉쇄 두 달 만에 영업을 정상화한 소매 상점은 전국 270만여곳에 달하는데 상당수는 오랜 영업 중단으로 이미 심각한 자금난에 처해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생계 위기에 직면한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계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많은 업주는 아직 지원금을 받지 못한 상태다.

관광·운송·소매 업종 이익단체인 '콘프코메르치오'(Confcommercio)가 지난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 소매 상점 가운데 10%인 27만여곳이 재정난으로 폐업 위기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러스 확산 거점이자 이탈리아 경제의 중심축인 북부 상황은 더 심각하다.

금융 중심지 밀라노가 주도인 롬바르디아주의 경우 영세 상점의 절반이 붕괴 위기에 처했다.

밀라노에서조차 전체 상점의 3분의 1이 자금난으로 본격적인 영업을 재개하기 어려울 것으로 콘프코메르치오는 전망하고 있다.
로마 중심가의 많은 상점은 '정부 지원 없이는 영업을 재개할 수 없다'는 내용의 전단을 붙여놨다.

지난 100년간 영업해온 로마의 한 잡화점 업주 줄리오 안티콜리(57)씨는 블룸버그 통신에 "셔터를 올리는 순간 채권자들이 득달같이 달려들 것"이라며 "채무 동결이나 세제 혜택 등의 정부 지원 없이 어떻게 문을 열 수 있겠나"라고 걱정했다.

매출 전망도 비관적이다. 롬바르디아주 소매 상점들은 두달여 봉쇄 기간 총 80억유로(약 10조7천억원)의 매출 손실을 봤으며, 이 여파로 올해 전체 매출 역시 전년 대비 40%가량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영업을 개시한 많은 상점이 재고 처리를 위해 '반강제적인' 할인 판매에 나서고 있지만 판매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마스크와 위생 장갑을 착용하고 수시로 손소독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 1m 이상의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등의 모든 방역 지침들이 소비욕구를 떨어뜨려 매출 부진이 상시화할 것이라는 걱정이 많다.
자금난보다는 매출 전망의 불확실성 때문에 휴업을 유지하기로 한 상점도 있다고 한다.

영업 재개의 실익이 있는지 당분간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상점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해외 관광객이 언제 돌아올지 불투명하다는 점도 업주들을 울상짓게 하는 요소다.

이탈리아 정부는 내달 3일 프랑스·오스트리아·스위스 등 사이의 국경을 다시 개방한다고 밝혔지만, 코로나19 이전으로 정상화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밀라노 중심가에서 점원 8명을 두고 여행가방 상점을 운영하는 마우리치오 디 리엔초씨는 로이터 통신에 "고객의 90%가 관광객이고 그들 대부분은 중국인"이라며 "관광객이 전무한 현 시점에서 영업을 재개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콘프코메르치오 측은 18일 "지난달 소비가 47.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코로나19발 소비 위축이 이탈리아 경제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상을 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개국) 내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GDP(국내총생산)가 전년 대비 10%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