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인공호흡기와 마스크

칼럼 - 강성웅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에서 인공호흡기는 생명을 구하는 데 필수적인 장비다. 그러나 너무나 간단하고 기초적인 의료 장비인 마스크도 질병 예방을 통해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어느 것이 더 많은 생명을 구할까.

대부분의 의료기기는 좀 더 완벽하고 정밀한 치료를 위해 많은 기술을 접목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을 밟는다. 이로 인해 발전된 첨단 의료기기 덕분에 치료가 불가능했던 질환들이 극복되고 더 심한 중증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런 기기들은 대부분 고가이며 대중화가 힘들어 한정된 지역에서 특별한 시설 내에서 치료가 이뤄진다. 즉 이용할 수 있는 환자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최신 기계가 아니더라도 일부 의료 선진국에서 비교적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기기들도 의료환경이 열악한 지역이나 국가에서는 사용이 힘든 경우가 많다.대부분의 의료인은 첨단 기기 개발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이런 기구들을 사용해 좀 더 복잡하고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을 치료하고 싶어 하고 환자를 치료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당연히 이런 부분을 장려해 의학을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혜택을 보는 사람보다 기본적인 치료도 받지 못해 질환을 극복하지 못하는 환자가 더 많다. 현재 상태에서의 기본적인 치료는 물론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과거 치료방법이나 의료기기로도 치료가 가능한 환자가 많다. 하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더 싸고 보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은 적은 것 같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개발하는 어려운 과정에 대한 열정도 필요하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뒤돌아볼 수 있도록 항상 깨어 있어야 할 것이다.

호흡재활은 폐렴을 포함한 호흡기 질환에 필수적인 치료지만 세계적으로 인프라가 취약하다. 많은 나라에서 아직도 적절한 치료만 받으면 질환을 극복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음에도 의료시스템이 열악해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의료시스템이 갖춰져 있더라도 경제적 문제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필자는 호흡재활 국제 인프라 확충을 위해 여러 나라를 방문하면서 이 같은 현실을 목격했다.

폐렴을 포함한 호흡기 질환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기도분비물이다. 간단한 기구인 석션기로 제거하지만 다량으로 발생해 석션으로 해결하기 힘든 경우에는 기관지 내시경으로 제거하거나 기침유발기라는 기계를 사용해 치료할 수 있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폐렴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폐렴이 생겼더라도 빨리 회복시킬 수 있다. 그러나 기관지 내시경은 할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고 의료비도 꽤 소요된다. 기침유발기라는 기계는 장비가 비싸다. 따라서 폐렴 환자가 대량으로 발생하거나 의료시스템이 열악한 국가나 지역에서는 방법을 알면서도 실제 환자 치료에 활용하지 못한다.이런 상황에서는 비록 효과는 기관지 내시경이나 기침유발기에 비해 다소 떨어지더라도 싼 비용으로 어느 곳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기구가 있다면 비싼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많은 사람에게는 대치 치료법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색바랜 과거의 것이나 현재에 있지만 한물간 것보다는 새롭고 멋있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의료기술이나 의료기기에서 이런 현상은 더 두드러진다. 그러나 의료는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한다. 최첨단 의료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소수의 사람에게는 첨단기술이 현재이고 우리가 보편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치료는 과거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현재 보편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치료도 의료체계가 열악한 국가에서는 미래의 기술이다.

현재의 관점에서 미래 첨단기술을 개발하는 노력과 더불어 현재의 것을 좀 더 단순화, 보편화하는 것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세 가지 시대가 공존하는 지구촌의 의료 현실에서 모든 사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