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질 청소년 감금' 혐의 마트 업주 벌금→무죄…"증거 부족"

진술서 요구하며 창고에 2시간 머물도록 해…법원 "협박 인정 어려워"
마트에서 물건을 훔친 청소년을 약 2시간 동안 감금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40대 업주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울산지법 형사항소2부(김관구 부장판사)는 감금 혐의로 기소된 A(47)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10월 6일 오후 8시께 자신이 운영하는 마트에서 캔맥주와 우유 등을 훔쳐 달아나던 10대 2명 중 B(당시 16세)군을 붙잡아 청소용품 창고에서 진술서를 쓰도록 강요하며 약 2시간 동안 나오지 못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너희는 절도범이다. 경찰서에 신고하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고 말하면서 휴대전화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감금죄는 사람이 특정한 구역에서 벗어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곤란하게 하는 죄로, 그 본질은 자유를 구속하는 데에 있다"고 전제하면서 "피해자가 피고인의 감시를 벗어나지 못한 점, 40대 성인이 험한 말을 하면서 진술서를 적게 하는 분위기에서 10대 청소년이 마트를 벗어나기가 불가능했다고 여겨지는 점, 피고인이 훈계 후 학교나 경찰서 등에 신고할 수 있었음에도 마트에서 나가지 못하게 한 행위가 정당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이 인정된다"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에 A씨는 "피해자를 협박해 감금한 사실이 없는데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며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구체적인 해악을 고지해 피해자를 협박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한 점, 피해자가 있던 창고는 벽이나 문 없이 커튼으로 구획된 공간으로 밀폐된 장소가 아닌 점, 피해자가 형사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며 반성문을 쓰는 편이 낫다는 판단 아래 창고 안에 머물렀을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피해자를 가둬두겠다는 취지로 협박한 것이라기보다는, 없던 일로 해줄 테니 반성문을 써서 제출하라는 일종의 선처 의도였던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라면서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협박해 감금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