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부대 만행 울분 토했던 고교생, 40년만에 졸업장

광주일고 이맹영 동문 시위 가담했다가 제적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공수부대 만행에 울분을 토해 시위에 참여했던 고교생이 40년 만에 졸업장을 받았다. 주인공은 이맹영(57) 씨.
이씨는 1980년 광주일고 2학년에 다니던 중 학교 앞에서 공수부대원들이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이씨는 울분을 느껴 시위대 차량에 올라타 시민들의 시위 참여를 독려하는 방송을 하는 등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씨는 이후 '불법시위' 혐의로 보름 동안 기관에서 조사를 받았고, 학교에서 제적됐다. 이씨는 1980년 후 "내가 현장에 있지 않았다면 이처럼 오랫동안 분노와 한을 겪을 일은 없지 않았을까"라는 자문을 하며 질풍노도와 같은 방황과 좌절의 시기를 보내야 했다.

뒤늦게 신앙의 길을 찾아 장로회 신학대학교를 졸업했고, 현재 서울 용산구 소재 양선교회 담임목사로 시무하고 있다.

전두환·노태우 전직 대통령이 구속됐을 때는 그들이 진심으로 회개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성경책을 넣어주기도 했다. 이씨는 5·18민주화운동 관련 단체들과 특별한 연계 없이 지내왔지만 지만원 씨 등 극우 인사들이 5·18민주화운동을 간첩들의 조종이나 북한군의 소행으로 폄훼‧왜곡하는 것에 분개해 이를 반박하는 언론 인터뷰에 나서고 있다.

광주일고는 19일 광주서중·일고 총동창회 임원, 이맹영 씨 가족·친지, 교직원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씨에게 명예 졸업장을 수여했다.

이씨는 "5·18민주화운동이 벌써 40주년을 맞았고 5·18 영령이 우리에게 바라는 게 무엇인지 많이 생각한다"며 "5·18을 등에 업고 훈장처럼 여겨서는 안 되고 더는 왜곡‧폄훼해서도 안 되며, 과거를 넘어서서 민주·평화의 5·18정신을 널리 알려 남북통일·세계 평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제일고 백기상 교장은 "5·18민주화운동 유공자에 대한 명예회복이 이처럼 늦어진 데 대해 참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맹영 동문의 자취는 정의롭고 자랑스러운 일고인의 표상이 아닐 수 없고 우리는 이를 본받아 재학생들이 올바른 마음을 가진 실력 있는 인재로 성장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