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KLPGA의 미래를 보는 두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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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T 대표 공모 '뒷말' 무성한국여자프로골프(KLPGA)가 요즘처럼 화제가 된 적이 있을까. 코로나19 사태를 뚫고 골프 투어를 세계 최초로 재개해 글로벌 골프계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은 ‘K골프’다.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자부심이 사그라들기도 전에 불편한 구설이 불거졌다. ‘전문 경영인 시대’를 표방하며 처음 공개 모집한 한국여자프로골프주식회사(KLPGT) 대표에 내부 인사인 강춘자 전 KLPGA 수석부회장과 이영미 KLPGA 부회장을 선임하면서다. KLPGT는 투어 대회를 상업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출범한 별도 조직이다.
코로나 이긴 K골프 명성 빛바래
조희찬 레저스포츠산업부 기자 etwoods@hankyung.com
KLPGA의 글로벌화를 위해 KLPGT는 가야 할 길이다. 문제는 그 과정이다. 선임 발표 전부터 강 전 수석부회장이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더니, 발표 후에는 애초 공모에 응하지도 않았던 공동대표가 나와 ‘막판 끼워넣기’ 의혹까지 불거졌다. ‘대기업 CEO 출신 등 유능한 외부 인물도 지원할 수 있다’고 공모 취지를 밝혔던 터라 모양새가 이상하게 된 것이다. 협회의 과감한 개방과 개혁 시도에 박수를 쳤던 골프계 인사 상당수가 “협회가 내부 인물을 앉히기 위해 짜고 친 고스톱”이라는 쓴소리를 내놨을 정도다.사단법인 KLPGA와 달리 KLPGT는 주식회사다. 유능한 경영인이 필요하다. 강 전 수석부회장의 리더십은 회원들의 선호 여부와 별개로 결과로 증명됐다. 협회 성장을 설명할 때 그를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도 모두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은 있어도 “무능하다”고 손가락질하는 사람은 없는 분위기다.
모집 과정부터 투명했으면 어땠을까. 업계에 돌고 있는 ‘음모론’과 ‘의혹’들은 결국 협회의 이번 공모 과정이 석연치 않게 진행된 것에서부터 기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개모집 접수 기간이 사실상 이틀(5월 4일, 6일)밖에 안 됐고, 더욱이 공고물도 황금연휴 기간에 갑작스럽게 협회 게시판과 한 경제지에만 띄웠을 뿐이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금융계 고위 임원 출신, 방송사 임원 출신 지원자들이 모집 마감일 불과 33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는 건 이런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는 빌미가 됐다.
한 지원자는 “강춘자씨가 내정됐다는 소문은 얼핏 듣었지만, 심사 기준도 밝히지도 않고 탈락을 통보해 당황스러웠다. 짜여진 판에 들러리를 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토로했다. 투표한 이사들 사이에서도 강 전 수석부회장을 제외하곤 최종 후보들이 어떤 인물인지 설명도 없이 표를 던져야 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외부 후보자들이 모두 기준에 못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에도, 개운하지 않은 느낌이 가시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