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투자세액공제 9년 만에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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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정부, 재도입 추진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임시투자세액공제 재도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임시투자세액공제는 설비투자금액의 일정 비율을 법인세 등에서 공제해 주는 제도로 경제계가 투자 활력 회복을 위해 최우선 과제로 꼽았던 사안이다.
"꺼져가는 투자 활력 되살리자"
설비투자 종류 상관없이 稅혜택
공제율 5% 유력…大·中企 차등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핵심 관계자는 19일 “코로나19로 꺼져가는 민간의 투자 활력을 되살리기 위해 세제 및 금융 지원, 규제 개선 등 다양한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 중 하나로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를 다시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임시투자세액공제는 1982년 도입 이후 폐지와 부활을 거듭하다가 2011년을 끝으로 사라졌다. 마지막 해인 2011년엔 제조업 건설업 도소매업 전기통신업 등 29개 업종에 대해 설비투자금액의 최대 7%를 법인·소득세에서 공제해줬다.
현재 세법상 투자세액공제는 안전시설 에너지절약시설 등 특정 목적에 맞는 투자에 한해 적용되고 있다. 임시투자세액공제는 설비 투자의 목적을 묻지 않고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선 특히 효과가 큰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는 재도입하는 임시투자세액공제의 공제율로 5%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대상 업종도 과거처럼 폭넓게 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대·중소기업 격차 해소’를 중시하는 현 정권의 정책 기조에 맞게 대기업 공제율은 중소기업에 비해 낮게 적용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일각에서 세수 감소를 이유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최대한 설득해 이른 시일 안에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시점과 상관없이 올 하반기 투자분에도 적용하는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다.최종안은 다음달 초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때 확정된다."세수 1兆 포기하더라도 기업 투자 살려야"…임시투자세액공제 부활하나
현행 제도는 요건 까다로워 디지털 투자도 혜택 못 받아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가 폐지된 건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이다. 이명박 정부는 친(親)기업 기조였지만 “경기침체기에 임시로 만든 제도를 30년간 운영하는 건 이치에 안 맞다” “투자 규모가 큰 대기업만 혜택을 본다” 등의 비판을 이겨내지 못했다. 이후 경제계에선 지속적으로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를 되살려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정부는 “되돌릴 수 없다”고 선을 그어왔다.그렇게 역사 속에 묻히는 듯했던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를 부활시키려 하는 것은 정부가 특단의 조치 없이는 현재의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1.4%(전 분기 대비)로 11년3개월 만에 최악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계속되면서 “2분기는 더 나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현행 제도로는 투자 촉진 못 해”
현행 투자세액공제 제도는 지원 요건이 까다로워 투자 촉진 효과가 낮다는 지적이 많다. 생산성향상시설·안전시설·환경보전시설 등 특정 목적에 부합하는 투자만 지원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목적별로 잘게 쪼개진 투자세액공제 제도가 10개에 이른다. 각 제도 요건에 맞지 않으면 투자 규모가 아무리 커도 세제 지원을 못 받는다.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적극 육성하겠다는 디지털·비대면 분야 투자도 현행 제도로 지원을 못 받는 ‘구멍’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수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책팀장은 “비대면 산업의 필수인 통신망 설비 가운데 ‘선로 설비’는 현행 투자세액공제 어느 것으로도 지원을 못 받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임시투자세액공제는 투자 대상의 종류와 상관없이 지원하는 범용적인 투자 지원 제도다. 대기업도 세제 혜택을 받는다. 9년 전엔 공제율도 7% 이상으로 높았다. 이 때문에 지원 실적도 2011년 기준 2조7331억원에 이르렀다. 현행 안전시설투자세액공제(217억원), 환경보전시설투자세액공제(654억원) 등보다 훨씬 높다. “임시투자세액공제 부활의 투자 촉진 효과가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두 갈래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기존 투자세액공제 제도를 그대로 두고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기업은 기존 제도와 임시투자세액공제 가운데 유리한 제도를 선택하면 된다. 임시투자세액공제의 공제율은 5%가 유력하다. 다만 대기업 공제율은 이보다 낮아질 수 있다. 정부는 세제 지원 규모는 1조원 정도, 운영 기간은 2~3년 정도로 검토하고 있다.
기존 투자세액공제 제도들을 정비해 임시투자세액공제처럼 범용성 있는 제도 하나로 통폐합하는 방식도 검토되고 있다. 이참에 투자세액공제 제도 전반을 개선해 지속가능한 체계로 만들자는 생각이다. 다만 이 방안은 부작용이 더 커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규제 혁파 동반돼야”
경제계는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임시투자세액공제 폐지로 설비투자가 최대 3.5% 감소했다는 분석이 있다”며 “이 제도를 부활시키면 그만큼 투자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설비투자는 2018년 -2.4%, 2019년 -7.7% 등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다. 올 1분기엔 7.6% 증가로 돌아섰지만 작년 실적이 크게 부진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크다.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이 커질 2분기엔 다시 감소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다만 세제 지원책 하나만으로 투자를 일으키기엔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 혁파가 동반되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홍 팀장은 “신산업에 대한 높은 진입장벽과 노동·환경·공정거래 규제를 개선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지 않으면 임시투자세액공제 재도입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민준/성수영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