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의 모든 것 내 손 안에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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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디지털 혁신'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 사회를 언택트(비대면)와 디지털 세상으로 급속히 바꿔놓고 있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비대면 상황에서 처리하지 못하면 생존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보험업계도 마찬가지다. 예전의 방식을 고수해서는 도태하고 말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물론 급변하는 세상에서 기회를 찾는 보험사들도 늘어가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계약부터 보험금 지급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하기 위한 노력이 활발해졌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 같은 신기술도 빠르게 접목되고 있다. 보험회사와 가입자가 마주 보지 않고도 어디까지 서비스를 주고받을 수 있을까. 보험업계에서는 대부분 상상이 이미 현실화했다고 설명한다.
보험 계약부터 보험금 수령까지 비대면·디지털화
페이퍼리스 시대 준비하는 삼성생명업계 1위 삼성생명은 8년 전부터 업무의 디지털화를 본격적으로 진행해왔다. 기존 보험설계사(컨설턴트)들은 수십 장에 달하는 상품안내서와 청약서 등을 두 손에 들고 다니며 사람들을 만났지만 2012년부터 태블릿PC를 사용했다. 태블릿PC를 이용해 가입자에게 상품 컨설팅을 해주고 계약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제는 계약 이후에도 종이가 필요없는 ‘페이퍼리스’ 시대를 열고 있다. 삼성생명이 보험 가입자에게 보내는 우편물은 모두 179종에 이른다. 한 해에 발송하는 우편물은 3000만 건으로 A4 용지 5000만 장 분량이다. 삼성생명은 179종의 안내장 가운데 147종을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올해 4월까지 8개월간 76종의 안내장 914만 건을 디지털 방식으로 전달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올해 나머지 71종의 우편물도 스마트안내장으로 전환해 보험 가입자에게 발송할 계획이다.
현대해상은 최근 ‘하이카 타임쉐어 자동차보험’을 내놓으면서 세간의 호평을 받고 있다. 다른 사람이 갖고 있는 자동차나 렌터카를 단기간 운전할 때 운전자가 직접 가입하는 자동차보험이다. 운전을 할 때마다 최소 6시간부터 최대 10일(240시간)까지 원하는 기간 동안 모바일 앱을 통해 간편하게 들 수 있다. 운전자가 가입한 즉시 보장이 시작되는 게 특징이다. 현대해상은 경쟁력 있는 디지털 상품 개발을 위해 다른 업체와의 협업 기반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SK C&C와 ‘디지털 기반 신규 비즈니스 모색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현대해상은 SK C&C와 함께 보험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통한 신사업 발굴에 노력하기로 했다.
車사고 나면 영상으로 전문가와 상담DB손해보험은 지난 3월 금융소비자와 보상 전문가, 정비업체가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고화질 영상통화를 통해 사고 상담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자동차 사고를 겪은 보험 가입자들은 사고 처리 서비스 요청 이후 담당자가 출동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지연출동’에 불만이 많았다. DB손해보험의 영상통화를 활용하면 보상 전문가와 바로 연결된다. 소비자는 믿을 수 있는 전문가에게서 어느 정도 수리 견적이 나올지 들을 수 있다. DB손해보험은 2016년 업계 최초로 안전운전 특약을 포함시킨 운전자습관 연계보험을 출시했다. 내비게이션을 활용해 운전자의 평균 운행속도와 급출발, 급제동 등의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점수화한다. 안전운행을 한 사람에게 자동차보험료를 최대 11% 깎아주는 상품이다.
KB손보는 지난해 7월 ‘유 셀프 클레임’을 선보였다. KB손보에 여러 보험을 들어놓은 경우 보험금을 빠뜨리고 청구하지 않도록 KB손보가 알아서 찾아주는 서비스다. 예를 들면 자동차 사고 처리가 끝나고 할증되는 보험료를 KB손보가 지원해주는 할증지원금이란 장기보험 항목이 있다. 그런데 자동차 보험금을 청구한 후 이를 빠뜨리고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KB손보는 가입자 DB를 연동해 할증지원금을 대신 찾아 안내해 준다. KB손보는 우선 ‘자동차보험 할증지원금’ 특약에 유 셀프 클레임을 적용하고 있다. KB손보는 미국 IBM의 AI 왓슨으로 원하는 답변을 들을 수 있는 ‘다이렉트 챗봇 상담서비스’를 지난해 2월 도입했다. 다이렉트 상품 문의를 실시간으로 답해 주기 위해서다.
한화손해보험은 2018년부터 단순외판사고를 AI에 수리비 견적을 맡기고 있다. 사고 차량의 이미지를 범퍼 휀더 도어 등 파손 부위와 단계별로 분석에 들어간다. 보다 정확한 견적을 위해 AI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학습한다. 사고 차량의 차종, 연식, 일반적인 수리 방법 등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화손보는 공업사에서 요청한 수리비 청구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비교·분석할 수 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