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예술로 경쟁력 'UP'…아라리오 조각광장에 수천명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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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향토기업 아라리오화력발전소와 기차역을 미술관으로 꾸민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과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미술관, 화물용 철길을 정원으로 만든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파크, 산업폐기물이 가득한 섬을 예술섬으로 재탄생시킨 일본 시코쿠 가가와현의 나오시마. 이들 도시는 쇠퇴한 산업도시를 문화도시로 재창조해 한 해 수백만 명이 찾는 세계적인 명소가 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한민국에도 문화로 경쟁력을 높인 도시가 있다. 충남 천안의 아라리오 조각광장은 ‘길 위의 미술관’으로 하루 수천 명의 방문객이 찾는 명소다. 이곳에 가면 데미안 허스트, 키스 해링, 수보드 굽타 등 30여 점의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 광장은 김창일 아라리오 회장이 수백억원을 들여 1989년부터 조성했다. 김 회장은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현대미술 작품을 광장을 찾는 시민과 함께 누리고 싶었다”고 소개했다.문화도시로 바꾼 아라리오 조각광장
경부고속도로 천안나들목(IC)을 나오면 충남의 관문인 천안 신부동이 있다. 이곳에 세계 최고 권위의 여행 정보안내서인 미쉐린 그린가이드에 소개된 아라리오 조각광장이 있다. 2007년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국무총리상’을 받았고, 천안시는 지역을 대표하는 12경 중 네 번째로 조각광장을 선정하는 등 전국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인정받았다.아라리오 조각광장에는 수백억원의 가치를 지닌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이 설치돼 있다. 모금함을 든 금발의 소녀상 ‘채러티(Charity)’, 흰색 원형돌기들을 묶은 모습의 대형 구조물 ‘매니폴드(Manifold)’가 대표적이다. 2005년 설치된 ‘채러티’는 영국 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으로 천안을 세계적인 예술도시로 알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매니폴드’는 2013년 설치된 일본 작가 고헤이 나와의 작품이다. 높이 13m, 너비 16m로 조성 기간 3년에 설치 비용만 50억원이 들어갔다. 조각광장의 첫 작품인 높이 20m의 ‘수백만 마일’을 비롯해 ‘수보드 굽타’ ‘키스 해링’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아라리오 관계자는 “조각광장이 세계적인 작가들의 전시공간으로 탄생할 수 있었던 건 김 회장의 예술에 대한 관심과 열정 때문”이라며 “그는 영국 미술전문지 ‘아트리뷰’가 선정한 세계 100대 컬렉터에 이름을 올린 미술품 수집가로 유명하다”고 설명했다.
영화관·쇼핑몰·종합터미널 조성아라리오 조각광장이 있는 천안 신부동은 전국에서 손에 꼽히는 상권이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발표한 ‘2020년도 표준지 공시지가’에 따르면 충남에서 공시지가가 가장 높은 곳이 신부동 상업용지다. 신부동은 1990년대 들어 조성되기 시작했다. 천안 향토기업 아라리오가 1989년 천안터미널을 신부동으로 옮기고 쇼핑과 문화시설을 조성했다. 이 회사는 터미널을 모태로 2000년대 들어 야우리백화점과 야우리시네마를 운영하며 신부동 상권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2010년부터는 신세계와의 경영제휴를 통해 신세계백화점 충청점을 운영하고 있다.
쇼핑과 문화가 결합한 종합쇼핑문화 공간으로 탄생하면서 구도심인 신부동은 충청권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상권으로 발전했다. 아라리오는 문화사업에도 아낌없이 투자했다. 2002년 ‘아라리오 갤러리 천안’을 시작으로 서울 소격동과 중국 상하이에 갤러리를 만들었다. 국내 최초로 전속작가 제도를 운영해 국내 미술시장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2014년엔 한국 현대건축의 대표 작품으로 평가받는 김수근 건축가의 ‘공간사옥’을 인수해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를 개관했다. 제주도에는 ‘아라리오 뮤지엄 탑동시네마’와 ‘아라리오 뮤지엄 동문모텔Ⅰ·Ⅱ’ 등 3개의 뮤지엄을 열었다.지역사회 공헌과 구도심 활성화 기여
아라리오는 지역사회 구성원을 위한 다양한 기부활동을 펼치고 있다. 문화예술인재 양성을 위해 17년째 충남예술고에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지역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모금활동을 벌여 사회복지법인에 후원한다. 임직원들의 기부금만큼 회사가 추가해 매년 아이들이 갖고 싶은 옷, 신발, 장난감 등을 구입해 선물한다. 천안사랑장학재단과 대안교육기관에는 미래 인재육성을 위한 장학금을 기부한다. 지역의 배구 꿈나무를 위해 지원금을 전달하고 충남미술대전과 도솔미술대전도 후원한다.
아라리오는 소상공인과 상생하기 위해 지역 업체를 소개하는 기획도 진행했다. 천안중앙시장 점포, 대학 외식산업학부, 초등학교 앞 추억의 문방구 등 그동안 대형 유통기업과 협업 경험이 없는 영세 업체를 발굴해 알리는 상생 프로그램을 운영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김문수 대표는 “신부동 상권 발전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겠다”며 “문화를 통한 사회공헌이라는 기업가치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천안=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