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1980년대로 돌아간 호주 경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호주 경제가 1980년대로 돌아갔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해외 인구 유입이 뚝 끊기면서 관광·교육·부동산업 등은 급격히 위축됐지만 광업·농업·제조업 등 전통 산업이 부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20일(현지시간) 코로나19 사태로 국경이 사실상 폐쇄되면서 호주 경제가 내수에 의존하는 세계화 이전의 상태로 돌아갔다고 보도했다. 제임스 맥킨타이어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작년에는 매달 100만명에 가까운 호주인들이 해외 여행을 했다"며 "이제는 이들이 해외가 아닌 국내 여행을 하게 돼 산업 전반에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코로나19 사태 이후의 가장 큰 변화는 해외 인구 유입이 급격히 줄었다는 점이다. 이 여파로 호주 교육 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한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10만명의 유학생이 호주에 들어오지 못하거나 본국으로 떠났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분석했다. 중국 유학생이 25%인 시드니대는 3억750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부동산 시장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호주은행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비해 주택 가격이 11%가량 하락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하락율은 32%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호주 부동산·건설업계를 대표하는 PCA는 이날 호주 내 인구 증가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이민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광업과 농업 등 전통 산업 분야는 분위기가 확 다르다. 호주 수출의 요충지인 포트헤들랜드에서 출하되는 철광석 규모는 지난달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금 제조사인 퍼스민트의 판매량도 급증했다. 포르테스쿡메탈그룹은 중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로 철광석 출하량이 증가했다. 애드류 포레스트 포르테스쿡메탈그룹 회장은 "생산하는 철광석을 모두 팔아치우고 있다"고 말했다.수퍼마켓의 식료품 매대가 텅텅 빌 정도로 식료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농업도 차츰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주 노동자들이 사라지면서 일손 부족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호주에서 농업 분야가 일자리 창출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호주에서도 실업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호주 중앙은행은 실업률이 현재 6.2%에서 10%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은행들은 갑작스럽게 소득이 급감한 근로자들을 위해 부채 상환 기간을 연장해주고 있다. 대손충당금도 기존의 4배로 늘렸다.

전문가들의 호주 경제의 55%를 차지하는 가계소비를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고용과 부채에 대한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호주의 가계 부채는 가처분소득의 두 배 수준으로 선진국 사이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지적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