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일 만에 등교 첫날부터 '귀가조치'…삐걱거린 고3 등교개학

인천, 안성 75개 학교에
코로나19 관련 등교중지 내려져

교육부 "동선확인 어려워
66개교에 모두 등교 중지"
사진=연합뉴스
80일 만에 시작한 전국 고3 등교개학이 첫날부터 삐걱거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진자로 인해 인천과 안성의 75개 학교에서는 첫날부터 등교중지 명령이 내려졌다. 해당지역 학생들은 아침 등교를 하자마자 몇 시간 만에 귀가해야 했다.

정상 수업을 시작한 학교들도 확진자 발생 소식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학생·학부모들은 잇따르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소식에 불안해하고 있지만 고3 학생들은 다음날인 21일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러야 한다.◆첫날부터 인천·안성 75개교 ‘등교중지’

20일 전국 고3 학생들이 등교수업에 들어갔다. 지난 3월2일 시작했어야 할 등교개학이 미뤄진지 지 80일 만이다. 이날 등교를 한 고3 학생은 약 44만명으로 추산된다. 학교별로 차이는 있었으나 대부분 오전 7~9시 사이 등교를 마치고 대면수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등교한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곳곳에서 등교중지 사태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인천교육청은 미추홀구에 거주하는 고3 학생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미추홀구·중구·동구·남동구·연수구 등 5개구 내 고교 66곳의 고3 학생 모두 귀가시켰다고 밝혔다. 등교개학을 시작한 인천 지역 고교(125개교) 중 절반에 달한다. 해당 고교생들은 학원 내 감염을 일으킨 인천 학원강사 A씨(25)와 관련한 3차 감염자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 지난 6일 A씨로부터 감염된 학원 수강생들이 들렀던 미추홀구 소재 동전노래방을 방문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12일부터 증상이 발현해 19일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고 20일 확진판정을 받았다.

교육부는 확진 판정을 받은 학생들의 동선이 불명확해 재학 중인 학교뿐 만이 아닌 인접 지역 학교에도 등교중지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해당 학생 중 한 명은 7일과 9일 수강생이 80∼90명에 달하는 체대 입시 전문 학원에 다녀간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확진자 학생들의 동선이 불명확하고 밀접 접촉자가 100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돼 질병관리본부와 협의해 선제 조치한 것”이라며 “등교중지가 내려진 학교들에 대해서는 추후 협의해 등교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도 전날 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20대 남성 B씨의 동선이 아직 완전히 파악되지 않아 안성 지역 9개 고교에 등교 중지를 결정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일단 오늘만 등교 중지했다"고 설명했다. 인천 내 절반이 넘는 학교에 등교중지가 내려지면서 21일 치를 예정이었던 전국연합학력평가도 비상이 걸렸다. 교육부는 인천교육청과 협의해 등교중지가 내려진 학교들에 학평 시행 여부를 조속히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인천 외 지역은 예정대로 학력평가를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정상등교한 학교들도 바짝 긴장

무사히 정상 등교한 학교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1~2m 거리두기, 마스크 상시착용 등의 방역수칙을 준수하느라 고3 학생들은 물론 교사들 모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고3 학생 135명이 등교한 서울 이촌동 중경고에서는 8시20분께부터 1교시 수업이 진행됐다. 학생과 교사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화를 삼가면서, 교실 내부에서도 긴장감이 돌았다.

방역지침을 이행하기 위해 교실 내부는 물론 등교절차도 바뀌면서 학생들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중경고는 책상 간격을 넓히기 위해 교실 내부 사물함을 모두 들어냈다. 학생들은 당분간 개인물품을 직접 챙겨야 한다. 등교를 하려면 교문부터 교실 입구까지 총 3회의 발열검사를 거쳐야 했다. ‘1m 거리두기’를 준수하면서 발열검사를 받느라 학교 현관부터 학생·교직원들의 대기줄이 30m 가량 늘어서기도 했다.

일부 학생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서울 청운동에 위치한 경복고는 고3 학생 256명이 등교했다. 한 학생은 코로나19 감염우려로 투명한 의료용 고글을 쓰고 등교했다.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아예 등교를 하지 않은 학생도 있었다.

경복고 재학생인 신 모(19)군은 “마스크를 상시 착용해야 하는 게 불편한데 등교하면서 벌써 숨이 찼다”며 “건강이 우선이라지만 수능을 앞두고 있어 등교를 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고3 이외 학년에는 원격수업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교육당국과 EBS는 29일까지 기한이 정해진 초등 1~2학년에 대한 EBS 방송 원격수업을 지속해야 한다”며 “당초 교육부 역시 초등생에는 EBS 방송을 원격수업을 권장한 만큼 방송을 중단하면 현장에 혼란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태웅/최다은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