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9년 만에 부활 임시투자세액공제, 차라리 상시화하자

잠재성장률 추락·투자절벽에 '코로나 쇼크' 덮쳐
규제혁파 맞물려야 효과…감세논의도 확대 필요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임시투자세액공제가 9년 만에 부활할 전망이다. 기업들의 호소에도 요지부동이던 정부가 내달 초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이를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한경 5월 20일자 A1, 8면). 기업 설비투자 금액의 일정비율만큼 법인세 등에서 감면해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는 안전시설 투자 등 10개 항목에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일반 투자세액공제와 구분된다. 1982년 처음 도입된 후 폐지와 부활을 거듭하다 2011년에 마지막으로 없어졌다.

잊혀지다시피 한 이 제도를 정부가 재도입하기로 한 것은 투자절벽의 심각성과 기업들의 호소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단체들은 한목소리로 임시투자세액공제 부활을 20대 국회가 반드시 처리해야 할 과제로 지목했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인 산업계 현실을 감안할 때 정부가 뒤늦게나마 이를 부활시키기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그러나 시행기간을 1∼2년으로 미리 못 박는 것이나 세액공제율을 산업계 요구의 절반에 불과한 5%로 검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감세의 실효성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가 국회에 낸 건의안은 ‘3년간 10% 세액공제’였다.

소관부처이자 재정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가 소극적인 자세인 것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동안 범여권에서 반대논리로 주장해온 “혜택이 일부 대기업에 집중된다”는 비판여론이 부담스럽기도 할 것이다. 이전부터 이 제도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2011년 기준으로 2조7000억원에 달하는 공제혜택의 90%가량이 대기업에 치중됐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하지만 이는 중소기업에 비해 압도적으로 큰 대기업 설비투자의 절대규모를 감안하지 않은 편향된 시각이자 착각일 뿐이다.

코로나 쇼크를 보면 지금은 인식을 바꿔야 할 때다. 아예 ‘임시’라는 표현을 떼고, 설비투자 세액공제를 상시화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구조적 저출산·고령화와 ‘갈라파고스 규제’ 등으로 우리 경제는 지속적인 잠재성장률 하락과 투자감소를 겪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가 촉발시킨 글로벌 공급망 재편까지 더해져 우리 주력기업과 일자리를 해외로 빼앗길 위기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정부는 세수가 최대 1조원가량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투자 확대로 늘어날 세수를 감안하면 이 또한 단견이다. 추가로 생기는 일자리 효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클 것이다. 유턴기업에 대한 파격적 세제혜택을 속속 내놓는 선진국들의 움직임을 볼 때 이 정도 세제 인센티브로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임시투자세액공제 부활이 기업의 국내 투자를 가로막아온 ‘고(高)비용·고불확실성’ 구조를 깨는 단초가 되길 바란다. 아울러 행정편의주의와 ‘시혜 행정’을 떠올리게 하는 일시적 세액공제보다 전반적인 감세 논의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 세금줄이기가 규제철폐와 맞물려야 경제를 살리고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