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석 리얼돌' FC서울, 제재금 1억…"해서는 안 될 행위"
입력
수정
FC서울, 관중석에 리얼돌 추정 마네킹 설치'리얼돌' 논란을 빚은 FC서울이 제재금 1억원 징계를 받게 됐다.
"리얼돌 아니다" 해명했지만
"일반적인 마네킹과 달라" 인정
외신까지 보도…국가적 망신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FC서울이 지난 17일 광주FC와의 2020 K리그1 홈경기에서 성인용품 '리얼돌'로 보이는 인형을 관중석에 비치한 것에 대해 FC서울 구단에 제재금 1억원의 징계를 부과했다. 앞서 FC서울 측은 "성인용품을 만드는 업체가 우리에게 거짓말을 한 정황이 확실해지면 업무방해와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할 수도 있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상벌위원회는 "FC서울이 고의로 리얼돌을 배치한 것은 아니고 이를 제공한 업체와 대가관계를 맺지 않았음을 인정하지만, 별다른 의심 없이 업체 관계자 말만 믿고 사실 확인을 게을리했다"면서 징계 이유를 밝혔다.
앞서 FC서울 측은 코로나19로 무관중 경기를 진행하게 되면서 빈 객석을 마네킹으로 채웠다. 빈 관중석을 조금이나마 채우고, TV로 중계방송을 보는 시청자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는 의도였던 것.
하지만 설치된 30여 개 마네킹 중 일명 '리얼돌'로 불리는 성인용 제품 10여 개가 섞여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마네킹을 무료 협찬한 업체는 사람의 피부 질감과 체모 등을 재현한 성인 용품 '리얼돌'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곳. 또한 몇몇 마네킹은 제조사의 이름과 모델명 등을 플랜카드로 노출하면서 문제가 됐다.
FC서울의 어이없는 행동은 외신에도 보도가 됐다. 영국 일간지 더 선(The Sun)은 "객석에 성인용품점 홍보를 위한 성인용 인형이 놓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고, 포르투갈의 마이스푸트볼, 그리스 에스노스, 루마니아의 디지스포트 등 해외 매체들도 객석에 등장한 '리얼돌' 소식을 전했다.
논란이 커지자 FC서울은 공식 SNS 채널을 이용해 "기존 마네킹과 달리 실제 사람처럼 만들었지만 우려하시는 성인용품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제품"이라고 '리얼돌' 의혹에 반박했다.그러면서 "'달콤'이라는 회사에서 제작해, 의류나 패션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제품이라고 소개를 받았다"며 "몇 번이고 성인용품이 아니라는 확인과정을 거쳤다"고 강조했다.
다만 제조 회사와 모델이 들어간 응원문구가 노출된 것에 대해 "담당자의 잘못"이라고 인정하면서 "코로나19 시대 무관중 경기가 열리는 만큼 조금이라도 재밌는 요소를 만들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나가고자 하는 의도로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프로축구연맹은 정관 제5장 마케팅 제19조에에 의거 '음란하거나 퇴폐적인 내용으로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광고물을 금지한다'고 돼 있어 징계를 피하지 못한 것. 상벌위원회는 "리얼돌이 이미 지난해부터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고 성상품화의 매개체가 되고 있으며, 여성을 도구화함으로써 인간 존엄성을 해친다는 비판과 국민적 우려가 있었다"라며 "국민 눈높이에서 함께 호흡해야 할 프로스포츠 구단이 리얼돌의 정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이를 경기장에 전시한 것은 K리그 구단으로서 결코 해서는 안 될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고 향후 유사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무거운 징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1억 원의 제재금 부과 뿐 아니라 처음 해당 업체의 연락을 받았던 연맹 직원은 감봉 3개월의 징계가 처해졌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