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전속결'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텅빈 의석에 재투표도

141건 속전속결 통과…의결정족수 부족 2차례
방청하던 형제복지원 피해자들, 법안 통과에 눈물
'동물국회' 재연으로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은 20대 국회가 20일 본회의를 마지막으로 사실상 막을 내렸다.이날 오후 4시를 넘겨 열린 본회의에서는 141건의 안건이 2시간 40분 만에 쾌속 처리됐다.

본회의에 상정할 안건을 의결해야 하는 법제사법위원회 회의가 길어지면서 본회의 개의가 늦어지는 등 벼락치기 밀어내기 관행은 마지막까지 반복됐다.

회의 후반부로 갈수록 자리를 비우는 의원들이 많아지면서 첫 안던 처리 당시 221명이었던 재석의원이 110명대로 떨어져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재투표를 하는 상황이 2번이나 벌어졌다.회의를 진행하던 이주영 부의장이 "밖에 계신 의원님들은 속히 입장해주시기 바란다.

의결정족수 미달 상태"라고 안내 방송을 하고서야 회의장 앞에 있던 의원들이 우르르 들어와 투표했다.

일부 의원들은 표결 도중 연단을 배경으로 함께 사진을 찍거나 서로 찍어주는 등 마지막 '기념 사진'을 찍기도 했다.패스트트랙 국면에서 몇번이고 고성으로 가득찼던 본회의장이지만 이날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차기 국회의장으로 사실상 확정된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이 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의석을 바쁘게 오가며 인사를 나눴고, 회의 시작 전후에는 여야 의원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도 여럿 보였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국회는 민주주의의 꽃이며 최후의 보루라는 믿음을 간직한 의회주의자로 남겠다"며 임기를 마치는 소회를 밝혔을 때는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20년 의정활동을 마무리하는 통합당 정병국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부디 21대 국회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의회의 권위를 세우고 의원의 품격을 되찾는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발언, 여야 모두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문 의장이 산회를 선포하자 박수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난 의원들은 시원섭섭한 표정으로 여야 할 것 없이 서로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본회의장 방청석에는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법률개정안'(과거사법) 표결 과정을 지켜봤다.

임기 막판 여야 합의를 이끌며 법안 처리에 앞장선 통합당 김무성 의원은 본회의 시작 직후 2층 방청석에 앉아 있는 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이들은 법안이 가결되자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일행과 부둥켜안고 감정이 벅차오르는 듯 눈물을 흘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