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서 돌아온 아우디…'수입차 3위' 명예 회복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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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라인업 재건 마친 한국 아우디한때 벤츠 BMW에 이어 '수입차 3위' 자리를 누렸던 아우디가 옛 명예 회복을 위해 고삐를 조이고 있다. 차량 라인업도 회복되면서 수입차 시장에서 공세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 '전차종 인증취소' 겪은 아우디, 라인업 재건
▽ '수입차 3위 회복' 내걸고 공격적 할인 나서
▽ 늘어난 경쟁자, 고무줄 할인 비판은 숙제
21일 업계에 따르면 전차종 인증취소를 겪었던 아우디가 끊임없는 '신차 공세'를 통해 최근 차급별 라인업 재건을 마쳤다. 라인업 재건과 함께 공격적인 할인에도 들어갔다.아우디는 올해 들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 Q3, Q5, Q7, Q8 신형 모델을 출시했다. 20일 준중형 SUV인 Q3를 출시하면서 국내 인기가 높아진 SUV 시장에 선보일 차급별 모델을 모두 확보했다. 세단 라인업 역시 지난해 A3, A5, A6, A8을 선보였고 올해 A7 신형을 추가로 출시하며 주력 라인업을 회복했다.
아우디는 지난 2016년 배출가스를 조작한 디젤게이트로 인해 사상 초유의 인증취소 처분을 받았다. 국내 판매를 위해서는 모든 모델이 처음부터 인허가 절차를 다시 밟아야만 했기에 아우디의 차량 판매량은 차츰 0에 수렴했다. 2015년 3만2500대를 팔았던 아우디는 2017년 962대를 파는데 그쳤다.
지난해 4월부터 6월 사이에도 판매 가능한 차량이 없어 판매량이 3대에 그치는 굴욕을 겪었다. 한 아우디 딜러는 "팔 수 있는 차가 없으니 떠나가는 이들(딜러)도 많았다. 사실상 개점휴업이던 2년 넘는 시간은 지옥과 같았다"고 회상했다. 차량 라인업이 회복됨에 따라 아우디의 실적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세단 라인업을 회복한 지난해 4분기 7167대를 판매했고 올해 1분기는 개별소비세 여파로 2449대에 그쳤지만 4월 판매는 2043대로 재차 높아졌다. 남은 기간 매달 2000대 수준의 실적을 유지할 경우 올해 아우디 판매량은 2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아우디는 실적 회복을 위해 공격적인 할인에도 나섰다. 한 딜러사에 따르면 아우디파이낸셜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준대형 SUV Q8은 최대 400만원대, Q7은 최대 700만원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세단 역시 A4 800만원대, A5 900만원대, A6 800만원대 등의 할인이 가능하다. 딜러사 추가 프로모션을 더하면 할인폭은 신차값의 최대 30% 수준까지 늘어난다.
업계 관계자는 "연이은 신차 출시로 라인업 재정비를 마친 아우디 코리아가 수입차 3위 입지를 회복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며 "딜러사들도 적극적인 할인에 나서며 판매량 증대에 동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옛 명성 회복에 나선 아우디를 둘러싼 주변 환경도 나쁘지 않다. 아우디는 판매 중단 사태에도 매년 서비스센터를 늘려왔다. 2015년 27곳이던 아우디 서비스센터는 매년 2~3곳씩 늘어나 올해 38곳으로 11곳 증가했다. 올해 하반기 부산 등에 서비스센터 추가 개소가 예정되어 있으며, 워크베이(자동차정비 작업공간)도 647개로 확충될 전망이다.
수입차 시장의 왕좌를 차지한 메르세데스-벤츠가 디젤게이트 2차전을 겪고 있는 점도 아우디에게는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최근 환경부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판매된 벤츠 경우 차량 12종이 배출가스를 조작했다며 역대 최대 규모인 77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해당 차량들의 인증을 취소했다. 디젤게이트 사건이 아우디 소비자들의 대거 이탈을 촉발했던 만큼, 이번 사건으로 벤츠 소비자들이 다른 브랜드로 전향할 가능성이 있으며 같은 독일 브랜드인 아우디도 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넘어야할 산도 있다. 먼저 상승세를 타고 있는 해외 브랜드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묘책을 찾아야한다. 과도한 할인으로 인한 기존 구매자들의 불만도 아우디 코리아가 극복해야 할 문제로 남았다.1분기 수입차 시장은 벤츠와 BMW가 1, 2위를 차지한 가운데 테슬라, 쉐보레, 볼보 등이 뒤를 이었다. 전기차를 찾는 소비자들은 테슬라를, 간편한 정비를 원하는 소비자는 한국GM의 쉐보레를 선택했다. 볼보도 수준높은 안전 기술을 갖춘 신차로 시장에서 경쟁력이 높아졌다. 과거 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3사가 호령하던 시장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진 셈이다.
공격적인 판매 전략에서 촉발된 고무줄 할인 논란도 있다. 아우디는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을 앞두고 있던 Q7 모델을 지난해 7월 '한정 수량' 등의 문구를 내세워 약 600만원 할인 가격에 판매했다. 그러나 9월부터는 할인률을 2배로 높여 기존 구매자들의 원성을 샀다. 아우디 코리아는 "할인은 딜러사의 권한"이라고 해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원칙없는 할인으로 프리미엄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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