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승훈 코렌텍 대표 "美·獨이 장악한 인공 무릎관절 등 국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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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인 체형에 딱맞는 소형 사이즈 공급"나이에 따라 부르는 호칭이 있다. 20세는 약관, 40세는 불혹, 50세는 지천명 등이다. 이때마다 지나간 삶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창립 20주년, 30주년, 50주년 등을 거치면서 새로운 비전을 세운다.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지낸 영림목재는 주력 제품을 우드슬랩으로 바꾸며 ‘100년 기업’에 도전하고 있다. 가구유통의 본고장 서울 논현동에도 곧 진출할 예정이다. 오는 30일 창립 20주년을 맞는 인공관절업체 코렌텍은 다양한 신제품으로 신시장을 개척한다는 비전을 세웠다. 도전정신으로 가득찬 이들 기업의 최고경영자를 만나봤다.
뼈와 뼈가 맞닿아 연결된 곳을 관절(joint)이라고 한다. 엉덩이와 허벅지를 이어주는 고관절(hip-joint), 무릎관절, 어깨관절 등이 있다. 과거엔 관절이 망가지면 걷거나 팔을 움직이기 힘들었다. 요즘은 다르다. 인공관절로 대체할 수 있다.
그동안 이 분야는 미국 독일 등 선진국의 의료기기업체들이 장악해왔다. 이를 국산화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있다. 대전선병원 이사장인 선두훈 박사(63)다. 가톨릭대의대 교수(정형외과) 출신인 선 박사는 미국 정형외과학회로부터 인공관절 부문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오토 오프랑상’을 받을 만큼 이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는 인물이다. 거대 기업에 도전하는 게 어찌 보면 무모한 도전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인공관절 국산화 없이는 인공관절술의 발전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국내 의대 교수들과 공동으로 개발계획을 세웠다. 2000년 벤처기업 코렌텍을 창업했다. 지금은 선두훈 대표와 그의 동생인 선승훈 의료원장(61), 선경훈 치과원장(57) 3인이 각자대표를 맡고 있다. 이 회사가 오는 5월 30일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코렌텍은 도약을 위해 몇 가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첫째, 다양한 신제품 전략이다. 이 회사는 인공고관절을 개발해 국내 시장의 30%, 인공무릎관절 시장의 10%를 차지했다. 선승훈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강자가 버티고 있는 미국 유럽 외에 자국 기업이 인공관절시장 점유율 20% 이상을 차지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 3월부터 새로운 인공무릎관절인 이그절트(Exult)를 팔기 시작했다. 선 대표는 “이그절트는 무릎관절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내놓은 제품”이라며 “올해 초 미국 의사들의 호평을 받아 앞으로 좋은 성과가 기대되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인공어깨관절 시장에도 진출했다. 코랄리스(Coralis)라는 제품이다. 서울대의대, 가톨릭대의대, 경희대의대, 삼성의료원, 이화여대의대 등의 교수들과 작년 말 공동 개발한 제품이다. 선 대표는 “팔을 편안하게 들어올릴 수 있는 인공관절”이라고 말했다. 동양인 체형에 맞는 소형 사이즈도 추가됐다.
자회사인 금속3D프린터업체 인스텍과 공동으로 인공관절 핵심기술도 확보했다. 선 대표는 “기존엔 인공관절과 뼈의 결합을 위해 골시멘트를 사용했다”며 “하지만 신기술을 활용해 인공관절 표면에 미세한 기공을 만들면 이 기공이 인공관절과 뼈의 결합을 돕기 때문에 골시멘트가 필요없다”고 설명했다.
둘째, 전문인력 확충이다. 작년 이후 김정성 부사장, 강상구 전무, 유대길 이사를 영입했다. 연세대에서 의과학박사학위를 받은 김 부사장은 건양대 의료신소재학과 학과장을 지냈다. 강 전무는 독일 의료기기업체인 비브라운에서 18년간 근무한 영업통이다. 유 이사는 만도기계 출신으로 생산관리와 공정개선 부문 전문가다. 이들은 선두훈 대표, 선승훈 대표(조지타운대 경영학 석사·인제대 병원경영학 박사), 선경훈 대표(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치대·연세대 치대 박사)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셋째, 시장 다변화다. 선승훈 대표는 “그동안 미국 동남아 등 20여 개국 시장을 개척해왔다”며 “앞으로 최대 시장인 미국과 기존 시장의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일본 호주 중동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0여 개 신규 시장 개척에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코스닥 등록기업인 코렌텍은 지난해 외부감사에서 ‘감사범위제한으로 인한 한정의견’을 받아 1년 동안 거래가 정지됐다가 올 4월 재개됐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마케팅 강화 등의 노력으로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401억원)을 기록했다. 선승훈 대표는 “임직원이 한데 뭉치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시장 변수가 많지만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무대를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낙훈 한경글로벌강소기업연구원장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