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기기가 코로나 시대 '보이지 않는 경찰'?

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크리스틴 윌슨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

'사회적 거리두기' 감시 위해
개인 정보 수집하는 건
수정헌법 4조에 위배될 수도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치료할 확실한 백신이 없는 상태에서 경제활동을 재개하고 정상적인 삶으로 복귀하려면 코로나19 테스트 역량과 감염자 추적 능력을 높여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정보기술(IT)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실리콘밸리 기술 기업들은 개인의 사생활 보호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미국 의회는 기술 회사들이 우리의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취급할 수 있도록 법적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미국 수정헌법 제4조는 불합리한 체포, 수색을 금지해 정부의 과잉 대응으로부터 시민의 사생활을 지킬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사태에 기업들이 개인의 데이터를 수집하게 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폴 옴 조지타운대 법학과 교수는 “기술적으로 우리 사생활을 감시하는 기업들의 활동이 늘어나면 자동적으로 정부의 감시도 확대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금을 무는 등 법적 제재를 받고 있다. 만약 경찰이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현장 단속보다 데이터 수집에 의존한다면 그들은 수정헌법 4조를 위배할 수도 있다. 대법원은 차량에 장착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기와 휴대폰 데이터를 통한 영장 없는 추적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홍콩 대만 한국 폴란드 등은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노출된 사람들에게 스마트폰 앱을 내려받도록 의무화했다. 인도는 최근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추적 앱 사용을 강제했다.미국은 아직 비슷한 조치를 내놓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술 회사들은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한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정부와 보건 담당 공무원들이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줄 정밀 데이터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과 구글은 감염자 접촉을 추적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하는 등 보건당국과 협력하고 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0%만이 이런 앱을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설문조사에 응한 스마트폰 사용자 중 절반은 코로나19 확진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있다는 기술 회사들을 신뢰하지 않았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앱을 통한 접촉자 추적의 이점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사람이 직접 추적하는 것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지고 해킹에 취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오랫동안 시민들의 사생활과 데이터 보안을 위해 노력해왔다. 필자는 기업들이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의 종류와 그 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하고 공유할 것인지를 명시한 ‘개인정보보호법’을 제정하도록 미 의회에 요구해왔다.기업들의 책임과 위험 관리 등의 문제를 다룰 수 있도록 지원하는 포괄적인 법률이 필요하다. 법적 테두리가 확립돼 기업들은 정부에 어느 정도까지 데이터를 줄 수 있을지, 또 자료를 넘겨주기 전에 이를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는지 등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포괄적인 프라이버시 보호 법률이 제정되지 않았는데도 일부에서는 데이터 수집에 대한 고객의 사전 동의를 근거로 모바일 기기 데이터 사용을 정당화하고 있다.

지난주 로저 위커 공화당 상원의원 등은 코로나19 정보를 수집하기 전에 기술 회사들이 ‘확실한 명시적 동의’를 받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소비자들이 자신의 데이터를 공유하라고 이미 동의했다고 가정하는 것은 잘못이다. 휴대폰 사용자들은 빽빽한 약관 같은 것을 잘 읽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데이터가 언제 어떻게 수집, 분석, 공유되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범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코로나19는 정보 수집과 보급, 사용에 관한 새롭고 복잡한 선택의 문제를 낳고 있다. 사생활과 데이터 보안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해를 끼칠 수 있다. 기업은 소비자에게 투명해야 한다. 데이터 수집과 사용에 관한 위험을 평가하고 관리해야 한다. 또 명시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만 공유해야 한다.

건강과 사생활, 그리고 수정헌법 4조가 모두 흔들리고 있다. 미 의회는 명확한 기준을 정해 개인정보보호법 초안을 포괄적인 법률로 제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바일 기기가 ‘보이지 않는 경찰’이 될 수도 있다. 윌리엄 오 판사는 “수정헌법 4조가 금지한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사생활 침해가 이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제=Coronavirus Demands a Privacy Law
정리=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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