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최측근' 차기 日검찰총장 내정자…도박 들통나 낙마

구로카와 검사장, 긴급사태 중 내기 마작
'검찰 장악법안' 계기 제공한 인물
아베 정권 타격 불가피하단 분석
구로카와 히로무 도쿄고등검찰청 검사장 [사진=NHK 화면 캡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편법으로 검찰총장에 앉히려 했던 구로카와 히로무 도쿄고등검찰청 검사장(63)이 21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NHK는 이날 구로카와 검사장 측 관계자를 인용, "구로카와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한 긴급사태(비상사태) 기간 와중에 기자들과 내기 마작을 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사임하기로 하고 이 같은 의사를 주변에 전했다"고 보도했다.이에 앞서 주간지 '주간 분슌'은 20일자 온라인판 기사에서 "구로카와 검사장이 이달 1일과 13일 심야에 도쿄도내에 위치한 산케이신문 소속 A기자 자택에서 같은 신문 B기자, 아사히신문 C기자 등과 함께 새벽까지 내기 마작을 했다"면서 A기자 자택을 드나드는 구로카와 검사장 사진을 공개했다.

현재 일본 수도 도쿄도엔 코로나19 관련 '긴급사태(비상사태) 선언'이 내려져 주민들의 불필요한 외출자제가 요청되고 있는 상황. 특히 아베 총리는 지난달 말 '골든위크'로 불리는 일본의 대형연휴(4월29일~5월5일)를 앞두고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해 "사람 간 접촉을 평소의 80% 이하로 줄여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구로카와 검사장은 이 같은 코로나19 관련 긴급사태 선언과 아베 총리의 접촉 자제 요청 등에도 불구하고 평소와 다름없이 내기 마작을 즐긴 것으로 밝혀졌다.NHK는 이날 분슌 보도와 관련해 "일본 검찰 내부에서도 '구로카와 검사장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현행 일본 법률과 판례에 따르면 내기 마작은 형사범죄(도박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처벌이 불가피하다.

검찰청법 개정안을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여론의 반발에 일단 보류해 정치적 구심력에 타격을 입은 아베 총리는 구로카와 검사장의 마작 논란으로 또 한 번 궁지에 몰리게 됐다.

문제의 검찰청법 개정안은 "국가공무원과 검찰관의 정년을 65세로 연장한다"는 게 그 골자다. 거대 여당인 자민당은 두 법안을 세트로 묶어 국회에 제출했다. 일본은 고령화로 인해 정년 연장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야당도 65세 정년에 대해서는 찬성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주간지 '슈칸분슌' 최신 호에 실린 구로카와 검사장의 내기 마작 의혹
논란이 된 부분은 "내각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검찰 간부의 정년을 최대 3년간 연장할 수 있다"는 특례 규정이다. 자칫하면 인사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할 가능성이 생긴다. 이에 야당과 검찰 측은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만 연장을 허용해 주겠다는 뜻 아니냐"며 "검찰 길들이기와 다름없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구로카와 검사장은 이른바 '검찰 장악법안'의 계기를 제공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검찰청법 개정안을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여론의 반발에 일단 보류해 정치적 구심력에 타격을 입은 아베 총리는 구로카와 검사장의 마작 논란으로 또 한 번 궁지에 몰리게 됐다.

이번 사건으로 구로카와 검사장은 부적격자였다는 비판이 쇄도할 것으로 보이며 그의 정년퇴직 시점을 연장해 공직에 남겨둬야 한다고 결정한 아베 정권의 인사 책임이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