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일류 기업 마케팅엔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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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은 왜작고 단단한 자동차 비틀의 흑백사진이 나오고, 그 아래에는 서구에서 불량품을 뜻하는 ‘레몬(Lemon)’이란 카피가 박혀 있다. 그러고는 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의 엄격한 품질검사에서 불량 판정을 받은 사연을 적어놓았다. 앞좌석 사물함 문을 장식한 크롬 도금에 작은 흠집이 발견돼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폭스바겐이 1961년 선보인 ‘비틀’ 자동차 광고다. 이 광고는 과장과 조작이 난무하는 시장에서 정직하고 진실해 보였다. 겉치레 없는 광고는 제품의 신뢰성을 더했다. 가성비가 높은 비틀의 강점도 부각시켰다.
고장난 자동차를 광고했을까
영국 브랜드전략컨설턴트 자일스 루리는 《폭스바겐은 왜 고장난 자동차를 광고했을까》에서 글로벌 기업 53개사의 마케팅과 관련한 60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소개한다. 폭스바겐을 비롯해 이케아, 버진항공, 기네스맥주, 하이네켄, 펭귄출판사 등이 보유한 이야기 자산들은 기업의 혁신과 전략, 창의력, 리더십, 마케팅과 브랜드 관리 등 경영의 전 영역을 아우르는 통찰을 제시한다. ‘경영자들이 읽는 이솝우화’라는 추천 문구가 어울리는 책이다.저자는 “스토리가 기업의 핵심 자산이 되는 시대”라며 “이류는 광고를 하고, 일류는 스토리를 만든다”고 말한다. 기업들이 브랜드에 얽힌 사연이나 전설적 인물에 대한 스토리를 발굴하려는 이유는 자명하다. 흥미로운 에피소드는 대중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킴으로써 기업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이끌어가는 에너지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가 조립식 가구를 제작하게 된 동기는 한 직원이 구입한 탁자가 너무 커서 차에 들어가지 않자 다리를 분해해 떼어낸 뒤 실었다는 일화에서 비롯됐다. 조립식 가구는 포장과 운송, 저장 등의 비용을 절감해 제품의 가격인하 효과를 가져와 이케아를 세계적인 회사로 도약시켰다.
퇴짜 맞은 와인에서 최고급 와인으로 성장한 샤토 무통 로칠드, 인질로 잡힌 대주교가 경비에게 표지에 펭귄 그림이 있는 책을 달라고 했다는 펭귄출판사, 딸아이가 어른 인형을 갖고 노는 모습을 보고 만든 바비인형, 폐광위기에서 1000여 명의 집단지성으로 새 금광을 찾아낸 골드코프 등에 관한 이야기는 다 읽을 때까지 책을 놓을 수 없게 한다. (이정민 옮김, 중앙북스, 268쪽, 1만6000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