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

아버지의 나라는 없었다·고래 2020·죄와 벌 1, 2

▲ 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 = 매춘은 인류사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이면서 인간의 존엄성과 인격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행위다. 대부분 경우 많은 나라에서 가난과 소외에서 벗어나고자 성매매를 한다.

베네수엘라처럼 괜찮은 국민 소득을 유지하다가 급격히 망가진 나라들에선 생계형 매춘 행위가 급증했다는 뉴스가 새롭지 않다.

특히 보호막이 없는 십 대 청소년들의 경우 성매매 위협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김우남이 쓴 이 소설의 주인공 릴리도 부모를 잃고 험한 세상을 어린 동생과 둘이서 살아나가야 한다.

현실적으로 소녀가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몸'이 유일하다.

저자는 이처럼 음지에서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는 약자라는 시각에서 집창촌 문제를 다룬다. 릴리가 쓰는 일기를 통해 한국 사회의 모순과 어두운 면을 가능한 한 진실하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려 애쓴다.

경남 하동에서 태어난 김우남은 2001년 단편소설 '거짓말'로 실천문학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소설집 '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굿바이, 굿바이', '뻐꾸기 날리다'가 있다.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을 받았다.

문예출판사. 308쪽. 1만4천원.
▲ 아버지의 나라는 없었다 = 독립군 장군의 딸이 일본인 현지처로 살아왔던 삶을 담담한 어조로 털어놓는 자전적 소설이다.

작가 박명아의 선친은 조선혁명군 총사령관을 지낸 양세봉과 김원봉, 김구 등을 도와 독립운동을 했고, 해방 직전 중국 국민군 소장으로 사단장을 지냈다.

해방 후에는 반민특위 탐정위원장으로 일했지만, 특위 활동이 졸속으로 끝나면서 분노 속에 야인의 삶을 살았다.

이런 이유로 가난과 아버지의 분노 속에 고단한 삶을 살았던 작가는 탈출을 위해 이른 나이에 결혼하지만, 남편은 고문으로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고 더 극심한 가난에 시달린다.

결국 고급 요정에 취직했던 그는 아버지 또래 일본인 기업가를 만나 이른바 '현지처'가 되고 두 아이를 낳아 키운다.

현대사의 비극 속에서도 순간순간 파도에 맞섰던 한 여인의 고백이 소설 속에서 굽이친다.

박명아는 살아온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어 50대에 뒤늦게 대학 문예창작학과에 편입해 대학원까지 마쳤다고 한다.

다락방. 416쪽. 1만6천원.
▲고래 2020 = '70년대_고래동인'의 시 66편을 실었다.

이제 시단의 원로가 된 강은교, 김형영, 윤후명, 정희성 시인이 참여했다.

강은교는 '손톱꽃', '시든 양파를 위한 찬미가' 등 17편을, 김형영은 '화살시편' 시리즈를 비롯해 15편을, 윤후명은 '갯메꽃 피는 바닷가', '엉겅퀴꽃 가시' 등 18편을, 정희성은 '2019년', '채근요' 등 16편을 수록했다.

1967년에서 1970년 사이에 등단한 이들 시인의 곰삭은 시어와 삶을 읽어내는 관조적 지혜가 네 가지 색으로 반짝인다.

문학나무. 128쪽. 1만원.
▲ 죄와 벌 1, 2 = 러시아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를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올린 고전이다.

몸을 팔아 돈을 버는 소냐의 이야기를 통해 이념과 관념의 한계, 진정한 사랑과 구원을 말한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88번째 시리즈다. 이문영 옮김.
문학동네. 1권 440쪽. 2권 476쪽. 각 권 1만3천500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