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치면 정이 되는 합정인데~' 바람이 불고 사랑이 우는 이별의 환승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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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17
유차영의 유행가 '시대의 하모니'
(15) 유산슬의 합정역 5번 출구
이건우 유산슬 작사·박현우 작곡·2019년 발표
‘나는 상수 너는 망원/한 정거장 전에 내려/터벅터벅 걷고 있는/이별을 앞에 둔 연인/합치면 정이 되는 합정인데/왜 우리는 갈라서야 하나/바람이 분다 사랑이 운다/아 합정역 5번 출구/정이 많아 정이 넘쳐/합정인 줄 알았는데/어쩌다가 그 역에서/이별을 불러야 하나/합치면 정이 되는 합정인데/왜 우리는 갈라서야 하나/바람이 분다 사랑이 운다.’(가사 일부)이 노래는 합정이라는 한 단어를 여러 의미로 음유해야 한다. 노랫말을 지은 작사가는 사랑의 정(情)을 합치는 합정(合情)으로 연인들의 이별과 재결합 여운을 부추긴다. 다음은 ‘조개우물터’를 뜻하는 원래의 합정(蛤井)이다. 이곳은 옛날에 조개우물이 있던 동네다. 조개우물은 절두산순교기념관 근방이다. 순교자들의 처형장이던 이곳에서 망나니들이 사형 도구로 칼을 갈고 물을 뿜는 데 사용할 물을 대기 위해 팠던 우물이란다. 이 우물을 팔 때 바닥에서 조개껍질이 많이 나와서 조개우물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또 하나는 합정(合井)이다. 일제 식민지배에서 해방된 뒤인 1946년 10월 1일 우리의 지명으로 이름을 바꿀 때 명명해 오늘에 이른다. 합정역은 서울 마포구 서교동 393에 1984년 5월 22일 2호선이, 2000년 12월 15일 6호선이 확장 개통됐다.
서울지하철은 1974년 1호선이 개통됐고, 그 이전에는 지상전차가 1898년 서대문에서 청량리까지 처음 운행했다. 차량은 40명이 앉을 수 있는 개방식 차량 8대, 황실 전용 고급 차량 1대였다. 당시 전차 운전사들은 일본 교토(京都)전차회사에서 왔고, 차장은 한국 사람이 맡았다. 1901년 남대문에서 서소문을 거쳐 서대문에 이르는 의주로에도 가설됐는데, 마포대교 북단 불교방송국 자리가 마포종점이었다. 이 자리가 1967년 은방울자매가 부른 ‘마포종점’의 탄생지다. 이 곡도 이별 노래다. 강 건너 영등포에 불빛만 아련한데, 돌아오지 않는 사람, 첫사랑이 떠나간 종점은 서글프다. 완료된 이별의 서정이다. 그 후 40여 년 만에 합정역의 이별이 유행가의 모티브가 됐다. 세월 따라 흐르는 노래의 묘미다.
유차영 < 한국콜마 전무·여주아카데미 운영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