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회복에…공매도 금지 조기 해제론 '솔솔'

"조기 해제" vs "계속 금지" 격론

"시장왜곡·외국인 매도 부채질
프랑스·이탈리아 등도 속속 해제"
vs
"동학개미 유입 등 긍정적 효과
증시 불확실성 여전해 시기상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패닉에 빠졌던 증시가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자 공매도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공매도 금지로 나타난 시장왜곡과 외국인의 주식투매 등을 고려하면 공매도 금지를 조기 해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조기 해제는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코스닥에 약이 된 공매도 금지국내 주식시장에서 모든 상장종목 공매도는 지난 3월 16일 금지됐다.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로 증시가 연일 급락하자 시장안정을 위해 오는 9월까지 6개월간 ‘한시적 공매도 전면 금지’라는 카드를 내놨다. 공매도 금지에도 시장은 진정되지 않았다. 공매도 금지 첫날 3.19% 떨어진 데 이어 이후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같은 달 19일엔 1457.64로 10년8개월 만에 최저점을 찍었다.

이때 개인투자자(일명 동학개미)들이 대거 들어와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렸다. 3월 25일 1700선을 회복했다. 지난 21일에는 장중 200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금지 조치가 빠른 증시 안정에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일부 전문가들도 “시가총액이 작고 거래량이 많지 않은 중소형주나 코스닥시장에 대한 공매도 금지는 투자심리 개선을 이끌어냈다”고 분석했다. 정성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은 “중소형주의 경우 그동안 외국인 공매도의 주된 타깃이 돼 본질 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된 측면이 있었다”며 “공매도 금지로 개인 매수세가 몰려 상승 탄력을 크게 받았다”고 설명했다. 공매도 금지가 시작된 3월 16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코스닥지수 상승률은 40.48%로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16.02%)을 압도했다.외국인 현물 매도 부채질

반면 공매도 금지 이후 주식 현물이 선물 대비 고평가되면서 시장왜곡과 외국인 순매도세를 부채질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월 16일~5월 20일 코스피200 현·선물 베이시스(선물가격-현물가격)는 평균 -0.81포인트를 기록했다. 연초부터 3월 13일까지 베이시스는 평균 0.24포인트에 불과했다. 공매도 금지로 현물 주식시장의 가격조정 기능이 상실된 탓에 현물이 선물 대비 고평가되는 ‘백워데이션’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자 외국인 투자자들은 고평가된 현물 주식을 매도하는 대신 저평가된 선물을 사들이는 차익거래에 나섰다. 공매도 금지 이후 외국인이 순매수한 코스피200선물은 2조5928억원어치에 이른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는 12조9563억원 규모 현물주식을 팔아치웠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이 현·선물 베이시스를 활용한 차익거래에 집중하면서 외국인의 코스피 투매가 심해졌다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효과 논란 분분

일각에선 “시장이 안정궤도에 올라선 만큼 부작용이 큰 공매도 금지를 조기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공매도를 금지했던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이 최근 금지조치를 속속 해제하고 있다는 점도 조기 해제론에 힘을 싣고 있다.

금융위는 “현재로서는 공매도 금지조치를 조기 해제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관휘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아직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큰 데다 이미 시장에 9월까지 공매도를 금지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조기 해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공매도 금지 조기 해제와 별개로 공매도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과 향후 근본적인 규제 방안에 대한 논의는 계속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감독원도 홍콩처럼 시가총액이 큰 종목에만 공매도를 허용하는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 도입을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 교수는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은 미국 증시가 빠르게 회복한 점을 고려하면 공매도 금지가 반드시 증시 회복에 큰 기여를 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가 증시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는 연구를 통해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