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투자…브릭스·비스타 아닌 美에 주목
입력
수정
지면A22
장경영의 Money 읽기돈은 성장할 곳을 찾는다. 그것이 기업이든 국가든 앞으로 성장의 주인공이 누가 될지가 돈의 최대 관심사다. 골드만삭스는 2003년 브릭스(BRICs)를 주인공으로 발탁했다. ‘브릭스와 함께 꿈을’이라는 24쪽의 보고서에서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이 2050년까지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후 브릭스는 전 세계 돈의 타깃이 됐다. 브릭스에서 성장의 기회를 잡으려는 투자가 쇄도했다. 골드만삭스가 보고서에서 지적한 대로 ‘브릭스 국가들이 성장을 뒷받침하는 정책을 지속해야 하고 운도 따라줘야 한다’는 가정이 충족돼야 했다. 하지만 그런 가정은 계속해서 충족되기 어려웠다. 그래서 한때는 중국과 인도만 주목받아 ‘친디아’가 머니 블랙홀이 됐고, 나중엔 러시아와 브라질에 집중 투자하는 ‘러브펀드’가 인기를 끌었다.
(1) 코로나 이후 해외투자
실리콘밸리·월가에 인재 몰려
美 '윔블던 효과' 더 커져
정보부족·환율변동 감수해야

포스트 코로나 주인공 1순위 후보는 미국으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직구족’의 순매수 상위 종목이 미국 주식 일색이란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왜 미국인가에 대해선 여러 주장이 가능하다. 그중에서도 손성원 미국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의 ‘윔블던 효과’에 공감이 간다. 손 교수는 2014년 한 강연에서 세계 경제 성장동력이 브릭스에서 미국으로 바뀌고 있다고 역설했다. “2003~2004년을 제외하고 영국인이 윔블던 대회에서 우승한 경우가 없습니다. 우승자가 영국인이냐가 아니라 경기가 영국에서 열린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전 세계 수억 명이 윔블던 경기를 보고 그로 인해 영국이 이득을 보는 겁니다.” 손 교수는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의 외국 출신 인재들이 미국에 윔블던 효과를 가져다주고 이를 기반으로 미국은 세계 경제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투자는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됐다. 2007년 중국 펀드 열풍으로 급증했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급감한 뒤 다시 늘어나고 있다. 국내 주식에만 편중된 투자를 꼬집는 ‘홈 바이어스(home bias)’를 극복한다는 점에서도 해외 투자는 합리적이다. 다만 두 가지 문제는 경계해야 한다. 해외 투자는 환율 변동성이 전체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브라질 헤알화로 꼬박꼬박 이자를 받더라도 원화로 바꾸면서 큰 손실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