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위반사례 전국서 잇따라…'과도한 처벌' 논란도 여전

포천·부산·인천 등지서 사고 이어져…전주에선 급기야 사망 사고
청와대 게시판에 "형량 무겁다" 청원…"향후 법원 양형기준 지켜봐야" 의견도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일명 '민식이법'(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이 지난 3월 발효한 가운데 스쿨존 내 교통사고가 잇따르고 있다.최근 스쿨존에서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어린이가 속출하는 가운데, 과실범인 민식이법 위반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다른 범죄에 비해 높은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22일 전국 경찰에 따르면 민식이법 위반 1호 운전자는 두달여 전 경기도에서 나왔다.

지난 3월 27일 포천의 한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차로 들이받아 다치게 한 40대 운전자가 경찰에 붙잡혔다.피해 어린이는 팔이 부러져 전치 6주의 진단을 받았다.

사고 당시 가해 차량의 속도는 스쿨존 제한속도인 시속 30㎞를 넘는 시속 39㎞로 확인됐다.

경찰은 운전자가 부주의로 인한 과속을 인정함에 따라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이어 같은달 31일 부산 수영구의 한 스쿨존에서는 30대 운전자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어린이를 치었다.

사고로 이 어린이는 2주간 치료해야 하는 상처를 입었다.

경찰은 이 운전자에 대해서도 민식이법을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인천에서는 지난 3월 31일부터 지난 19일까지 3건의 민식이법 위반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 운전자 대부분은 스쿨존 제한속도를 준수했으나 법에 명시된 어린이 보호 의무를 지키지 않은 혐의 등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급기야 사망사고도 발생했다.

지난 21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반월동의 한 스쿨존에서 불법 유턴을 한 차량이 버스정류장 인근에 있던 2세 남자아이를 치었다.

이 사고로 남아는 머리 등을 크게 다쳐 끝내 숨졌다.

당시 현장에 보호자가 있었지만 사고를 막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유아를 숨지게 한 50대 운전자에 대해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스쿨존에서 사고를 낸 이들 운전자는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된 민식이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민식이법은 지난해 9월 충남 아산의 한 스쿨존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량에 치여 숨진 김민식(당시 9세)군의 이름을 따 만들어졌다.

운전자가 스쿨존에서 안전운전 의무를 위반하거나 시속 30㎞ 이상으로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 어린이를 다치게 하면 1∼15년의 징역이나 500만∼3천만원의 벌금형을 받는다.

사고로 어린이가 숨졌다면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처벌받는다.

전국에서 잇따른 법 위반 사례에도 운전자들은 '민식이법의 형량이 과도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법 시행을 앞두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민식이법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에는 35만4천857명이 동의하기도 했다.

정부는 "기존 판례를 보면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예견할 수 없었거나 사고 발생을 피할 수 없었던 상황인 경우에는 운전자 과실이 없었다는 점이 인정된다"면서 "어린이 안전을 지키고자 하는 입법 취지와 사회적 합의를 이해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민식이법 과잉처벌을 둘러싼 논란은 사고 발생 때마다 들끓는 모양새다.

전북지역 한 법조계 관계자는 "운전자들이 주목하는 지점은 법의 형평성"이라며 "의도적인 강력범죄를 저지른 피의자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운전 중 과실로 징역형을 선고받는 게 과도하다는 주장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까진 민식이법으로 형이 확정된 사례가 없기 때문에 추후 법원의 양형기준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불가피한 사고를 낸 운전자가 과도한 형을 받는다면 법조계 내부에서도 이와 관련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차근호, 홍현기, 권숙희, 나보배, 정경재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