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보안법'이란…"시위 탄압·민주파 선거참여 봉쇄 가능"

'외부세력 개입·국가분열·테러리스트 활동' 금지·처벌
"시위 활동 전면적 억압 우려"…9월 입법회 선거도 영향 미칠 듯
중국이 22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통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을 직접 추진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국가보안법의 내용과 그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한마디로 홍콩보안법은 홍콩의 시위 활동과 시민사회를 심각하게 파괴할 수 있는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홍콩보안법이 제정, 시행될 경우 지난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와 같은 대규모 시위는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민주 인사가 홍콩 선거에 참여하는 것마저 막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콩 의회 우회해 '부칙 3조'로 삽입…야당 "일국양제의 죽음"
홍콩보안법은 홍콩의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 23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기본법 23조는 국가전복과 반란을 선동하거나 국가안전을 저해하는 위험인물 등에 대해 최장 3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이와 관련한 법률을 제정하도록 규정했다.

홍콩 정부는 지난 2003년에도 기본법 23조에 근거해 홍콩보안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당시 50만 명에 달하는 홍콩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반대 시위를 벌이자 법안을 취소한 바 있다.

이후 중국 중앙정부는 홍콩보안법을 제정하라고 계속 압박했지만, 홍콩 정부는 시민 반발 등을 우려해 이를 강력하게 추진하지 못했다.중국 전인대가 이번에 직접 나선 것은 이러한 교착 상황을 타개하고 홍콩보안법을 반드시 제정하겠다는 중국 지도부의 의지가 담겼다고 할 수 있다.

홍콩 입법회를 우회하기 위해 중국은 기본법 18조를 이용하기로 했다.

기본법 18조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에서 중국의 주권 영역인 외교, 국방 등에 관련된 중국 본토 법규를 기본법 부칙 3조에 삽입할 수 있도록 했다.이에 따라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 국가 상징, 인민해방군 홍콩 주둔, 영사 면책특권 등이 모두 부칙 제3조 삽입 절차를 거쳐 적용됐다.

전인대가 홍콩보안법을 직접 제정한 후 이를 기본법 부칙 3조에 삽입하면 입법회의 의결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게 된다.

홍콩 야당은 홍콩 의회인 입법회를 우회해 중국 전인대가 직접 홍콩보안법을 제정하는 것에 대해 "일국양제의 죽음"이라고 맹비난했다.

일국양제는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후 50년간 중국이 외교와 국방에 대한 주권을 갖되, 홍콩에는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한 것을 가리킨다.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국가안보 측면에서 홍콩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에 처했다"며 "국가안보라는 책임을 다하기 위해 홍콩 정부는 전인대와 전면적으로 협력해 최대한 빨리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국가분열·테러리즘 행위 처벌…"시위 활동 전면적 탄압 우려"
홍콩보안법이 제정될 경우 시민사회의 활동이 심각하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날 전인대에 소개된 홍콩보안법 초안을 보면 국가를 분열시키고, 국가정권을 전복하고, 테러리즘 조직을 결성해 활동하는 행위 등을 예방, 저지, 처벌해 중국 헌법과 홍콩의 헌정 질서를 지키도록 했다.

특히 어떠한 외국이나 홍콩 외 세력이 어떠한 방식으로도 홍콩 내정에 개입하거나 홍콩을 이용해 분열, 전복, 침투, 파괴하는 활동을 막을 것이라고 밝혀 미국 등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홍콩의 행정, 입법, 사법기관은 관련 법규에 근거해 이를 이행해야 하며, 홍콩 행정장관은 정기적으로 관련 상황을 중앙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홍콩보안법이 금지한 이러한 모든 행위는 사실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 때 시위대가 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홍콩 시위대는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불태우거나 바다에 버렸으며, 중국 국가 휘장도 훼손했다.

중국 본토 기업과 은행에 화염병을 던져 불을 지르고, 반중국 구호를 외치는 일도 다반사였다.

기본법 23조를 보면 이러한 모든 행위자는 홍콩보안법에 따라 최장 3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실제로 적용된다면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와 같은 대규모 시위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할 수 있다.

홍콩 정치 전문가 장쿤양(張崑陽)은 "국가보안법이 시행된다면 홍콩 시민사회와 민주화운동은 탄압을 받아 철저하게 파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인사 선거 참여 막을 수도"…9월 입법회 선거 영향
홍콩보안법 제정이 오는 9월 치러지는 홍콩 입법회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24일 구의원 선거에서는 범민주 진영이 압승을 거둬 전체 18개 구 중 17개 구를 지배하게 됐는데, 이번 입법회 선거에서도 범민주 진영이 승리를 거두면 친중파 진영에는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홍콩보안법이 이를 막을 수 있는 무기를 제공한다.

바로 민주 인사의 피선거권 박탈이다.

홍콩에서 입법회나 구의회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관위의 자격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홍콩 선관위는 이를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홍콩 민주화 시위의 주역인 조슈아 웡(黃之鋒)은 지난해 구의원 선거에 출마를 선언했으나, 홍콩 선관위는 데모시스토당의 '민주자결' 강령이 일국양제에 어긋난다며 그의 출마 자격을 박탈했다.

이에 데모시스토당은 올해 초 당 강령에서 '자결'을 삭제했다.

하지만 홍콩보안법이 제정돼 '외부 세력이 홍콩 내정에 개입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면 지난해 말 미국으로 건너가 미 의회에 '홍콩 인권 민주주의법'(홍콩인권법) 통과를 호소한 조슈아 웡의 행동이 바로 이에 해당할 수 있다.

이 경우 홍콩 선관위가 홍콩보안법 조항을 빌미로 조슈아 웡 등의 출마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조슈아 웡은 "나의 행동에 대해 후회는 없다"며 "나는 중국 전체주의의 진실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명보는 "국가보안법의 '외부 세력 개입 금지' 조항 등이 범민주 진영 인사나 지난해 송환법 반대 선거에 참여했던 사람의 입법회 선거 참여를 막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