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스쿨존 사망사고 지점 가보니…불법 유턴 잦고 표시도 엉망

사고 후 경찰 단속 중에도 불법 유턴 이어져…주변 불법 주정차도 여전
"아이들 안전 위해 근본대책 필요…법취지 맞게 시설 정비도 이뤄져야"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이면 뭐해요.도로가 혼잡한데. 법에 맞게 실태도 변해야죠."
일명 '민식이법'(개정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첫 사망사고가 난 지 하루 뒤인 22일 사고 현장인 전북 전주시 덕진구 반월동의 한 도로에는 여전히 불법 유턴을 하는 차량들이 이어졌다.

전주덕진경찰서에 따르면 21일 낮 12시 15분께 2차선 도로에서 불법 유턴하던 A(53)씨의 산타페 차량에 치여 버스정류장 주변에 있던 만 2세 유아가 사망했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사고 지점은 평소 불법 유턴이나 주정차를 하는 차들로 북적였다.왕복 4차서 도로 양옆에 들어선 은행이나 학원, 마트 등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좌·우회전 후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 회전해야 하지만 불법 유턴이 빈번했다는 것이다.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도로 위에 불법 주정차하는 경우도 흔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인근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A씨는 "보도블록으로 인도와 도로가 분리돼 있지만, 상가 건물로 들어가는 진입로에는 보도블록이 끊겨 있어 차들이 더욱 불법 유턴을 했던 것 같다"며 "스쿨존이라고 하지만 도로가 보행자를 위해 정비돼있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실제로 이날 오전 10시께 사망사고가 난 지점에 불법 유턴을 막기 위한 약 60m 정도 지점 간 중앙분리대가 세워지고, 경찰이 특별 단속에 나섰지만, 불법 유턴은 여전했다.

운전자들은 중앙분리대가 끝나는 횡단보도 지점에서 불법 유턴을 했다.
사고 지점 근처는 스쿨존을 알려주는 표시도 부족했다.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어린이 보호구역 내 속도 제한 표시는 흰색 바탕의 원에 빨간색 테두리를 두르고 검정으로 숫자를 표기해야 한다.

지침과 달리 사고 지점의 숫자 표시와 테두리 모두 흰색이었다.

사고 주변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B씨는 "큰 아파트 단지가 생기고 나서부터 도로에 차와 사람이 많이 다니기 시작했다"며 "가끔 경찰이 나와 교통지도를 했는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이들 안전을 위해서는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5살 아이를 둔 C(35)씨도 "사고가 났다는 뉴스를 보고 정말 놀랐다"며 "민식이법으로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하는 건 좋지만, 운전자가 더 확실히 법을 지각하도록 도로가 정비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