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만에 입 연 오거돈 "죄송하다"만 되풀이하고 떠나

피의자 조사 마친 뒤 29일만에 짧게 입장 밝혀
사퇴 공증 담당했던 법무법인 부산이 변호 맡아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2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 경찰청에서 소환 조사를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성추행을 저지른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2일 부산경찰청에 출석해 피의자 조사를 마치고 "부산시민 여러분께 실망을 끼치고 특히 피해자분께도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시장직에서 사퇴한 지 29일 만이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총 13여시간 동안 조사를 마치고 난 후 취재진에게 "경찰 조사에 충실히 임했다"고 말했다. 사퇴 시점을 조율했냐는 질문에는 "죄송하다"고 짧게 답했다.추가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질문에는 "그런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고 피해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죄송하다고 몇 번 말씀드렸다"고 응답한 후 대기하던 차를 타고 현장을 떠났다. 별다른 입장표명 없이 죄송하다는 말만 거듭한 셈이다.

오 전 시장은 지난달 초 업무시간에 부하직원을 집무실로 불러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오 전 시장 측은 피해자 측과 4월 이내에 사퇴한다는 공증을 한 뒤 지난달 23일 사퇴했다. 부산시장직 사퇴 나흘 만에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그동안 비서실을 포함한 시청 직원 등 관련자를 조사한 데 이어 측근인 정무라인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해왔다.

오 전 시장은 성추행 사실을 실토한 뒤 경남 모처 등에 칩거하는 등 자취를 감췄다. 29일동안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날 오전 부산경찰청 출석 과정에서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해 하차 지점을 바꾸기도 했으며, 경찰은 사전에 지하 출입문을 열어두거나 엘리베이터를 세워두기도 했다.앞서 경찰은 이 사건이 국민적 관심사로 부각되자 한때 공개 소환 여부를 검토했지만 오 전 시장 측이 경찰 출석 조사 때 입장을 표명해달라는 부산경찰청 기자단 요청을 거부함에 따라 비공개 소환으로 방침을 바꿨다.

한편 공직에서 물러나기로 피해자와 약속한 사퇴 공증을 담당했던 '법무법인 부산' 소속 공증인이 오 전 시장의 변호인으로 선임되는 사실도 이날 함께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오 전 시장을 돕는 정재성 법무법인 부산대표(변호사)는 지난달 초 오 전 시장이 집무실에서 부하직원을 성추행한 이후 피해자 측과 '오 전 시장은 5월 전까지 공직에서 사퇴한다'는 공증을 한 공증인이다.

1995년 설립된 부산의 전신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함께 운영한 합동법률사무소다. 현재 대표를 맡고 있는 정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다. 현 정부 들어 법제처장을 거쳐 청와대 인사수석으로 재직 중인 김외숙 수석 역시 변호사 시절 부산에서 일했다.이 때문에 야당 일부 의원들은 법무법인 부산이 공증한 점을 들며 청와대와 민주당이 오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을 몰랐을 리 없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 법조계에서는 오 전 시장의 '법무법인 부산' 선임에 대해 "공증 과정을 잘 아는 변호사를 선임한 것 아니겠느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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