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지체장애 2급 '30년 노예살이'…70대 가해자 '집유'

장애수당 뺏고, 골프 스윙 연습봉으로 상습 폭행
견디다 못한 피해자 가출로 사건 수면 위로 드러나
정신지체장애 2급 50대 여성을 식모로 부리고 수당을 챙기는가 하면 상습 폭행한 70대 여성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신지체장애 2급 50대 여성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장애수당을 뺏는 것도 모자라 상습 폭행한 70대 여성이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서울 중앙지방법원 형사17 단독(이수정 판사)은 최근 특수상해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횡령 혐의로 기소된 A 씨(70·여)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 씨는 2009년부터 2014년 사이 평소 식모로 부리던 정신지제장애 2급 피해자 B 씨(50·여)의 장애수당과 장애인연급 등 명목의 돈을 매월 20만~30만원씩 보관했다.

2015년 해당 계좌를 해지하는 과정에서 1090만원을 횡령했고, 지난해 6월에는 B 씨가 A 씨의 침대에서 잤다는 이유로 플라스틱 재질의 골프 스윙 연습봉으로 수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A 씨의 만행을 견디지 못한 B 씨가 가출하자, B 씨를 발견한 사람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이 사건 범행이 드러났다. 재판부는 "A 씨는 정신지체장애 2급인 B 씨 명의 통장을 관리하며 장애수당 등 돈을 횡령했고, 단순히 자신의 방에서 잠을 잤다는 이유만으로 상해를 가해 죄질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에 대한 노동 착취, 인권유린 등의 근절을 위해 엄중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A 씨가 보호자가 없던 B 씨를 약 8세 정도 무렵부터 키워오고 보살펴 온 것으로 보이고, 그 기간 동안 어느 정도 경제적·정신적 보살핌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A 씨가 대체로 범행을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B 씨와 합의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