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만에 나타난 김정은…'핵카드'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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黨 중앙군사위원회 주재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재잠행 22일 만에 공개 활동에 나섰다. 이번엔 ‘핵전쟁 억제력 강화’라는 카드를 뽑아 들었다. 국제사회의 제재를 견뎌내기 위한 자력갱생 계획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차질을 빚으면서 비핵화 협상에 소극적인 미국을 압박하고 동시에 군부 내의 결속을 다지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핵무기 개발 의지 재천명
'무력도발 불사' 對美 메시지
美 관심 원하는 北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 매체들은 김정은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7기 4차 확대회의를 열어 핵전쟁 억제력을 강화하고 무력기구의 편제를 개편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24일 보도했다. 북한 매체는 이날 “국가방위력과 전쟁억제력, 무장력을 비약시키기 위한 군사적 대책, 조직 문제를 논의하고 불합리한 기구와 편제 조정, 새로운 부대를 조직·편성했다”고 전했다. 이어 “나라의 핵전쟁 억제력을 한층 더 강화하고 전략 무력을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들이 제시됐다”며 “포병의 화력 타격 능력을 결정적으로 높이는 중대한 조치들이 취해졌다”고 보도했다. 북한 매체가 김정은의 활동 소식을 보도한 건 지난 2일 평남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 참석 보도 이후 22일 만이다.
김정은이 군사위원회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핵전쟁 억제력’을 언급한 것은 미국을 향한 메시지를 던지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선거 국면으로 들어가면서 북한과의 협상에 소극적으로 임하자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무력 도발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지난해 말로 못 박았던 미·북 협상 시한을 불과 며칠 앞둔 시점에도 당 중앙군사위원회 7기 3차 확대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자위적 국방력을 언급하는 등 대미 압박용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북한이 그동안 핵전쟁 억제력을 자신들의 핵무기 개발의 명분으로 삼아온 점을 고려하면 이번 김정은의 행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을 시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정은은 작년 말 열린 당 중앙위 7기 5차 전원회의에서 “우리 인민이 당한 고통과 억제된 발전의 대가를 받아내기 위한 충격적인 실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며 “세상은 머지않아 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할 것”이라고 말했다.양무진 북한 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중 간 신냉전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미국 대선이 열리는) 연말까지 미·북 협상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군사 분야에서 논의가 필요했을 것”이라며 “2년 만에 등장한 ‘핵 억제력 강화’라는 표현은 대미 압박 차원의 메시지로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軍 인사로 내부 결속
김정은은 이번 회의에서 군 내부 인사를 단행하며 내부 결속 다지기에도 나섰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핵·미사일 책임 일꾼’인 이병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군수공업부장, 박정천 군 총참모장 등 군 고위급 인사를 단행했다”고 보도했다. 이병철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선출됐고, 박정천은 현재 북한군 최고 계급으로 원수 바로 아래인 ‘차수’로 승진했다.이번 인사는 핵·미사일 등 새로운 전략무기 개발에 대한 김정은의 의지가 담긴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병철은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책임진 핵심 인사로 꼽힌다. 그는 지난 수년간 북한의 주요 무기실험 현장에서 김정은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해왔다. 지난 3월 21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때도 그는 김정은 옆에 있었다. 이병철은 4월 최고인민회의 14기 3차 회의에서 이선권 외무상과 나란히 국무위원에 진입하기도 했다.
박정천의 진급은 포병을 중시하는 김정은의 의향을 드러낸 인사라는 분석이다. 박정천은 포병사령관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지난해 9월 총참모장에 전격 임명됐는데, 이번에 또다시 1계급 승진했다. 통상 총참모장은 포병사령관보다는 군단장이나 총참모부 작전국장을 거친 정통 야전군 출신이 선임됐지만, 박정천은 이런 관례를 깨고 주요 보직을 맡았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