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미래를 위한 인생 다모작

최양희 < 서울대 AI위원회 위원장 yhchoi@snu.ac.kr >
20년쯤 뒤 세상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누구에게나 궁금한 질문이다. 기후변화, 질병, 물 부족, 테러, 사이버 공격의 위협은 날로 커지고 있으며 걱정해야 할 정치, 경제의 불안 요소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개인으로 보면 일자리의 변화만큼 중요하고 절실한 것은 없다.

미래에는 일자리가 대부분 사라진다고 한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이 빼앗아 가서가 아니라 고용 형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주 40시간 고정적으로 출근하는 일자리는 대폭 사라지고 일거리를 받아 자율적으로 일하는 프리랜서가 대세가 된다고 한다. 일거리에는 몇 시간 안에 해결되는 단순한 것뿐만 아니라, 전문적으로 몇 달을 집중해야 완성할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것도 포함된다. 소프트웨어 개발 같은 전문직은 이미 프리랜서가 장악하고 있다고 한다. 단기간에 고소득을 올리고 남는 시간에 자유롭게 여행하며 인생을 즐기는 삶은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앞으로는 한 종류의 일거리가 아니라 여러 종류를 다루는 소위 다모작 근로 형태가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소프트웨어 개발을 주로 하지만 병행해서 하고 싶은 다양한 일, 가구 주문 제작이나 여행 작가처럼 판이한 종류의 일거리를 받을 수도 있겠다. 기업에서 볼 때 인사관리가 유연해지는 장점이 있고, 개인도 하고 싶은 만큼만 일한다는 장점이 있겠다. 물론 능력이 우수한 전문가에게 유리하므로 탄탄한 사회안전망의 뒷받침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다모작 근로 형태는 특히 원격 재택근무와 잘 어울린다. 또 수시로 필요한 기술이나 지식을 원격교육을 통해 보충하게 될 것이다. 현재 전염병과 테러, 자연재해 때문에 ‘언택트’가 일시적으로 보편화됐지만, 이미 일과 삶의 패턴으로 자리 잡아가는 중이었다.

지금까지 인생 이모작, 삼모작의 의미는 농사에서처럼 한 직장을 한동안 다니고 나서 다른 직업이나 일로 갈아타는 것을 뜻했다. 동시에 여러 일을 하는 다모작과는 아주 다르다. 새로운 세대에게 다모작과 프리랜서가 주류가 될 미래를 잘 준비시켜야 하며, 이는 교육 혁신에서 비롯될 것이다. 즉 다모작 시대에 여러 일을 오가려면 다양한 새로운 지식을 평생토록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이는 현재의 학교 교육에서는 불가능하다.

또 개인마다 다모작의 구성이 매우 다를 수 있으므로 교육은 반드시 AI 기반의 개인 맞춤형 방식이 돼야 한다. 새로운 교육을 지원할 디지털 인프라와 교육 콘텐츠를 지금 잘 확보한다면 높은 교육열, 열정적인 국민성,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유한 대한민국이 다가오는 새로운 세상에서 진정한 중심국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