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질 나쁘다" 오거돈에 형량 센 강제추행 적용? 경찰 고민

부하직원을 성추행한 혐의 등으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을 한 차례 소환 조사한 경찰이 오 전 시장에게 최종 적용할 혐의를 고민하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지난달 23일 자진해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추행 사실을 실토했다. 오 전 시장은 이 자리에서 "저는 한사람에게 5분 정도 짧은 면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다.

이것이 해서는 안 될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단체들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오 전 시장을 고발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수사 초기 업무시간에 시장 집무실로 부하직원을 불러 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오 전 시장에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했다.

하지만 경찰은 피해자·참고인 조사 등 각종 증거 수집을 통해 오 전 시장의 범행이 시장의 지위를 이용한 단순 추행 이상의 정황이 있다는 점을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내부에서 오 시장의 추행에 대해 "죄질이 몹시 나쁘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경찰은 현재 오 전 시장에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이나 형법상 강제추행 혐의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폭행 또는 협박을 전제로 한 강제추행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돼 있어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보다 법정형이 세다.
문제는 법정형량의 많고 적음을 떠나 경찰이 신체 접촉의 정도나 오 전 시장의 추행이 폭행이나 협박을 수반한 것인지, 시장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한 위력에 의한 것인지를 어떻게 판단하느냐다. 이에 따라 성추행을 저지른 오 전 시장의 최종 적용 혐의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의 한 변호사는 "보통 법조계에서는 기습적으로 신체를 만진 경우 위력에 의한 추행보다 강제추행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며 "위력에 의한 추행은 강제추행으로 보기 어려울 때 적용하는 죄명"이라고 말했다.

22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은 오 전 시장 측은 성추행 혐의는 대체로 시인했으나 총선 전 성추행 사건을 은폐했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지난해 제기된 또 다른 성폭력 의혹 등에 대해서는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한차례 소환 조사로는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오 전 시장을 추가 소환하는 방안과 함께 신병 처리 수위를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