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보건장관 "WHO 개혁 필요…트럼프 말 일리 있다"

위기 수습 뒤 WHO 개혁 논의해야
WHO 없어져야 한다는 말은 반대
옌스 슈판 독일 보건부 장관이 세계보건기구(WHO)가 일부 회원국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으며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슈판 장관은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미국(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일리가 있다"며 "WHO 운영과 책임에 있어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2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슈판 장관은 "WHO가 개별 회원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며 "돈이 어디로 쓰이고 있는지도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슈판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WHO가 한 달 안에 실질적 개혁을 하지 않으면 미국의 자금 지원을 영구적으로 중단하겠다”고 압박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독일 정부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 등에 반대 입장을 줄곧 밝혀왔다는 점에서 슈판 장관의 이번 발언이 주목되고 있다.

슈판 장관은 그러나 "WHO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위기가 한창일 때 불을 끄고 있는 소방대 개혁을 얘기할 수는 없다"며 "우선 위기를 수습해야 하고, 그 다음에 WHO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슈판 장관은 WHO에 미국의 기여가 중요하다며 미국이 떠나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 독일과 같은 나라는 스스로 많은 것을 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나라들도 많다"며 "그들은 지원이 필요하고 그것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후계자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슈판 장관은 독일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싸움에서 주요 인물로 떠올랐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