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하나금융 ' 의기투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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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략 함께 하자"순이익 기준 국내 1, 3위 금융그룹인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해외 시장에서 과도한 경쟁을 자제하고, 공동으로 영업 기회를 발굴하자는 전략이다.
금융 지주사간 첫 협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이 같은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국내 대형 금융그룹이 이런 형태의 협력관계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두 금융그룹은 은행과 증권 보험 등 각 계열사가 ‘각개 전투’ 형식으로 해외에 진출하다 보니 특정 국가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국내 금융사 간 출혈 영업으로 전체적인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20개국 222개, 24개국 216개의 해외 지점과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신한금융 고위 관계자는 “국내 금융 기업들이 10여 년 전부터 동남아시아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현지의 ‘금융 국수주의’가 꾸준히 강화되는 등 공통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두 그룹 간에 국가별 접근 전략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시너지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하나금융은 신규 시장에도 공동 진출하기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하나금융이 힘을 합치면 미국과 유럽, 일본의 대형 금융그룹과도 승부를 벌여볼 만할 것”이라고 말했다.전격 손잡은 김정태-조용병 회장…K금융 글로벌협력 새 이정표 기대신한·하나금융의 글로벌 협력은 올초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지성규 하나은행장이 ‘의기투합’하면서 시작됐다. 두 행장은 ‘K금융사’들이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 시장에선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동남아시아 등 신시장에선 현지 금융규제 강화로 사업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데 서로 공감했다. 일단 해외에 진출할 때 규제 상황과 네트워크를 서로 공유하는 기초적인 단계의 협력을 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런 협력 방안을 지주사에 보고하면서 판이 커졌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그룹사 전체 수준의 협력 방안을 내놓기로 한 것이다.국내 금융그룹이 ‘글로벌 진출’을 부르짖은 건 벌써 15년이 넘었다. 국내 금융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데다 이자율이 꾸준히 낮아지면서 수익성에 직결되는 순이자마진(NIM)도 1%대 중반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조금씩 성과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신한금융은 지난 1분기 기록한 9324억원의 이익 중 890억원을 해외에서 올렸다. 하나금융도 1분기 순이익 6570억원 중 1133억원을 해외에서 올려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금융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지난해 올린 152억7100만달러(약 19조원)의 순이익 중 약 47%인 77억6000만달러(약 9조6000억원)를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스페인 산탄데르은행은 남미 등 스페인어 문화권에서 ‘최강자’로 꼽힌다. 미국 씨티그룹도 이익 중 50%가량을 북미 이외 지역에서 벌어들인다. 이에 비해 국내 금융그룹의 해외 수익 비중은 10% 안팎에 그치고 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국내 금융사의 해외 법인 중 신한은행 베트남 법인이 지난해 1억3200만달러의 순이익을 올리면서 최고 성과를 거뒀다”며 “그러나 미국 JP모간, 일본 미쓰비시UFG 등 대형 금융그룹이 단일 프로젝트에서 ‘억달러’ 단위의 수익을 올리는 것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글로벌 협력’을 선택하게 된 배경이다.양사는 이날 구체적인 협력 계획을 내놓진 않았다. 하지만 국내 금융권에선 국내 1, 3위 금융지주사가 손을 잡은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평가한다. 해외 부동산과 인프라 관련 집단대출(신디케이트론) 등을 수주할 때 두 그룹이 힘을 합치면 경쟁력 있는 ‘조단위’ 거래를 따내는 데 상당한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김 회장은 “단순한 협력관계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을 만드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해외 시장 진출에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두 그룹이 힘을 합치면 글로벌 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대훈/정소람/송영찬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