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마저…회사채 청약 미달

1500억 목표에 900억만 모여
신용등급 'AA-'에도 투자 외면
실적 부진에 차입금 불어난 탓
1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선 KCC가 투자수요 확보에 실패했다. 한 달 만에 또 신용등급 ‘AA’(AA+~AA-) 기업이 회사채 시장에서 모집 금액을 채우지 못했다. 실적 부진 우려가 있는 업종은 우량 기업조차 안심하고 자금을 조달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CC가 3년 만기 회사채 1500억원어치 발행을 위해 이날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진행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900억원의 매수 주문이 들어오는 데 그쳤다. 채권시장안정펀드 운용사들이 전체 투자 수요의 44%인 400억원어치 주문을 넣었음에도 다른 기관의 참여가 부진했다. KCC의 신용등급은 10개 투자적격 등급 중 네 번째로 높은 ‘AA-’로 우량등급의 마지노선으로 분류된다.

AA급 기업이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을 채우지 못한 것은 지난달 한화솔루션(신용등급 AA-) 이후 한 달 만이다.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추가 지원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냉각된 투자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9일 정부는 채안펀드 가동(지난달 1일) 이후 신용등급이 기존 ‘AA-’에서 ‘A+’로 한 단계 떨어진 기업의 채권도 채안펀드 매입 대상에 포함하고, 비우량 회사채 매입을 위한 10조원 규모 특수목적기구(SPV) 설립에 속도를 내겠다고 발표했다.

정부 지원에 힘입어 우량등급을 중심으로 회사채 시장이 다소 안정을 찾고 있지만 실적 부진 기업은 여전히 수요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평가다. KCC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332억원으로, 전년 대비 45.2% 감소했다. 올 1분기엔 전년 동기와 비슷한 20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야심차게 인수했던 미국 실리콘업체 모멘티브퍼포먼스머티리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 1분기 적자를 냈다.실적 부진과 함께 차입금은 대폭 불어났다. 지난해 말 약 2조5000억원이던 KCC의 총 차입금은 올 3월 말 기준으로 약 5조400억원까지 늘었다. 이 같은 변화를 반영해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KCC의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췄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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