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방송인·소설가…금배지 부럽지 않은 인생 2막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불출마했거나 낙선해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가는 국회의원들 중 상당수가 퇴임 후 화려한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있다.

4년 뒤 권토중래를 꿈꾸며 지역구에서 신발끈을 졸라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아예 새로운 길을 찾는 경우가 많아 눈길을 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 '정치 9단'으로 불리는 4선의 민생당 박지원 의원은 의사당을 나서면 방송인으로 본격 변신한다.

방송가에선 '섭외 1호 정치인', '시청률 제조기'로 통하는 박 의원은 보도채널 등 각종 방송 출연 외에도 개인 유튜브도 활성화해 정치 평론의 장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박 의원은 지난 주말 '금귀월래'(금요일에 귀향해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에 여의도로 돌아온다는 뜻)에 마침표를 찍고 목포를 떠났다. 5선의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은 퇴임 후 '웰다잉 전도사'로서 존엄한 죽음에 대한 문화를 조성하는 자원봉사 활동을 할 계획이다.

그는 전날 출판기념회에서 "많은 분의 도움으로 7선의 선출직 공직자로 일할 수 있는 영광을 가졌다"고 소회를 밝혔다.

20대 총선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영입 인재 1호였던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4년 전 그때 그 모습으로 돌아간다. 표 의원은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운영에 매진하면서 방송에 출연하고 추리소설도 써볼 생각이다.

삼일회계법인 회계사 출신인 민생당 채이배 의원은 최근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선거에 출마했다.

그가 20대 국회에서 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발의한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대한 법률'이 통과됐는데, 이 법이 안착할 수 있도록 A/S(사후관리)를 하겠다는 목표다. 20대 국회 후반기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낸 미래한국당 여상규 의원은 '농부'로 전업한다.

여 의원은 "20대 총선 직후 당한 교통사고로 생긴 후유증을 치료하기 위해 주치의의 권유로 시작했다"며 "밭일을 하면 법사위 회의 진행에 몰두할 때처럼 통증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서울 근교에 농가 주택을 샀다는 그는 정치 일선에서 떠나 당분간 복숭아, 사과, 배나무를 심어 키우는 등 농사일에 전념할 예정이다.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바둑 프로기사 9단 한국당 조훈현 의원은 본래 몸담았던 바둑계로 돌아간다.

조 의원은 "당분간 휴식을 취하면서 바둑계에 있는 일들을 도울 것"이라며 "특별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무소속 강길부 의원은 고향인 울산 울주군에 있는 선바위 도서관의 명예관장직을 맡기로 했다. 이 도서관에 책 3천권을 기증했다는 강 의원은 보수 없이 명예 관장으로 지역 사회에 봉사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