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액티브] '갑질 피해' 전직 아파트 경비원 "정부 개입해 비극 막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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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최희석 님, 안타깝고 아픕니다. 우리 모든 경비원의 고통이기도 합니다.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 경비원 휴게시간 잘라먹기 및 각종 불법 노역을 제도적으로 막아줘 주민과 경비원들의 마찰 소지를 없애주기를 간곡히 요구합니다."
지난 19일 오전 9시께 인천 부평에서 만난 전직 경비원 김모(가명·68) 씨는 '주민 갑질'에 시달리다 스스로 세상을 등진 서울 강북구 우이동 아파트 경비원 고 최희석 씨에게 쓰는 추모 쪽지에 이같이 적었다.자신도 갑질 탓에 아파트 경비원에서 해고당한 경험이 있기에 더 큰 슬픔과 안타까움을 담았다.지난해 12월 인천 한 아파트의 경비원에서 해고된 김씨는 명절 선물비, 재계약 명목 비용 30만원 등 요구를 거부한 점이 윗선에 밉보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씨 사례가 기사화된 직후 갑질 논란에 휩싸인 윗선은 아파트 부녀회 측 요구로 업무를 그만둔 것으로 전해졌다.그러나 김씨는 여전히 해당 아파트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자신의 해고나 최씨 사망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경비업계의 불안정한 고용환경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짧은 계약 기간과 고용 승계가 되지 않는 점 등 경비업계 관행 때문에 경비원들이 입주민의 갑질 등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그는 "경비업계에서는 1년 단위 계약이 대부분이고 2년 계약은 거의 없다"며 "3개월 수습 기간에 경비대장, 관리사무소장 눈 밖에 잘못 나면 잘릴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어떨 때는 '족쇄' 같다"고 토로했다.
김씨도 경비원으로 일한 5년 6개월간 각종 잡무와 갑질에 시달렸다.김씨는 "아파트 옥상마다 비둘기 똥이 엄청나게 쌓였다"며 "경비원들이 온종일 그걸 치워야 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비 오면 하수도가 넘치니까 그것도 삽으로 퍼야 한다"며 "경비 일 외에 다른 노역이 많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주민의 과도한 민원에 못 이겨 억울하게 시말서를 쓰는 경우도 있었다.
시말서 세 번이면 '삼진아웃'으로 잘릴 위험에 놓이기에 무리한 민원도 거부하기 어렵다.
김씨는 "경비원들 대부분이 60대 노인들인데 혹시라도 찍혔다가 잘리면 어디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겠느냐"며 "이 나이에 자식한테 폐 안 끼치는 것만으로 감사하기 때문에 어떤 궂은일이라도 불만 없이 하는 게 당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 잘릴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서 일하는 것만 줄여주면 나머지 불편함은 다 견딜 수 있다"며 "정부에서 지속해서 경비원 근무 현장을 관리하거나 감독한다면 이번에 돌아가신 최 경비원처럼 안타까운 일이 조금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전문가들도 최 씨 사망 사건을 계기로 당국이 경비노동자들을 위한 처우와 근무환경 개선에 힘써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직장갑질119' 이진아 이산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는 "노동청 등 정부 당국이 아파트 경비원을 포함한 감시·단속 근로자를 사실상 방치했다는 점이 숨진 최 씨를 통해 여과 없이 드러났다"며 "휴게시간이 온전히 보장되는지 등 아파트 경비원들의 근무환경을 적극적으로 점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남우근 정책위원은 "근로기준법 내 직장 내 괴롭힘 금지조항에 적혀있는 '사용자'의 의미를 그에 준하는 자로까지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아파트 입주민까지 사용자로 해석이 가능해 아파트 경비원들을 입주민의 갑질과 민원에서 조금이나마 보호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국아파트경비노동자 공동사업단 일원인 안성식 노원노동복지센터장은 "앞으로 논의돼야 할 '최희석법'에는 짧은 계약기간 등으로 불안정한 경비업계 업무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기사제보나 문의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지난 19일 오전 9시께 인천 부평에서 만난 전직 경비원 김모(가명·68) 씨는 '주민 갑질'에 시달리다 스스로 세상을 등진 서울 강북구 우이동 아파트 경비원 고 최희석 씨에게 쓰는 추모 쪽지에 이같이 적었다.자신도 갑질 탓에 아파트 경비원에서 해고당한 경험이 있기에 더 큰 슬픔과 안타까움을 담았다.지난해 12월 인천 한 아파트의 경비원에서 해고된 김씨는 명절 선물비, 재계약 명목 비용 30만원 등 요구를 거부한 점이 윗선에 밉보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씨 사례가 기사화된 직후 갑질 논란에 휩싸인 윗선은 아파트 부녀회 측 요구로 업무를 그만둔 것으로 전해졌다.그러나 김씨는 여전히 해당 아파트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자신의 해고나 최씨 사망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경비업계의 불안정한 고용환경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짧은 계약 기간과 고용 승계가 되지 않는 점 등 경비업계 관행 때문에 경비원들이 입주민의 갑질 등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그는 "경비업계에서는 1년 단위 계약이 대부분이고 2년 계약은 거의 없다"며 "3개월 수습 기간에 경비대장, 관리사무소장 눈 밖에 잘못 나면 잘릴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어떨 때는 '족쇄' 같다"고 토로했다.
김씨도 경비원으로 일한 5년 6개월간 각종 잡무와 갑질에 시달렸다.김씨는 "아파트 옥상마다 비둘기 똥이 엄청나게 쌓였다"며 "경비원들이 온종일 그걸 치워야 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비 오면 하수도가 넘치니까 그것도 삽으로 퍼야 한다"며 "경비 일 외에 다른 노역이 많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주민의 과도한 민원에 못 이겨 억울하게 시말서를 쓰는 경우도 있었다.
시말서 세 번이면 '삼진아웃'으로 잘릴 위험에 놓이기에 무리한 민원도 거부하기 어렵다.
김씨는 "경비원들 대부분이 60대 노인들인데 혹시라도 찍혔다가 잘리면 어디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겠느냐"며 "이 나이에 자식한테 폐 안 끼치는 것만으로 감사하기 때문에 어떤 궂은일이라도 불만 없이 하는 게 당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 잘릴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서 일하는 것만 줄여주면 나머지 불편함은 다 견딜 수 있다"며 "정부에서 지속해서 경비원 근무 현장을 관리하거나 감독한다면 이번에 돌아가신 최 경비원처럼 안타까운 일이 조금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전문가들도 최 씨 사망 사건을 계기로 당국이 경비노동자들을 위한 처우와 근무환경 개선에 힘써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직장갑질119' 이진아 이산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는 "노동청 등 정부 당국이 아파트 경비원을 포함한 감시·단속 근로자를 사실상 방치했다는 점이 숨진 최 씨를 통해 여과 없이 드러났다"며 "휴게시간이 온전히 보장되는지 등 아파트 경비원들의 근무환경을 적극적으로 점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남우근 정책위원은 "근로기준법 내 직장 내 괴롭힘 금지조항에 적혀있는 '사용자'의 의미를 그에 준하는 자로까지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아파트 입주민까지 사용자로 해석이 가능해 아파트 경비원들을 입주민의 갑질과 민원에서 조금이나마 보호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국아파트경비노동자 공동사업단 일원인 안성식 노원노동복지센터장은 "앞으로 논의돼야 할 '최희석법'에는 짧은 계약기간 등으로 불안정한 경비업계 업무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기사제보나 문의는 카카오톡 okje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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