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주·부산·사천…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여행의 향기

야간관광 명소가 뜬다
달빛과 불빛의 조화가 매력적인 경주 동궁과 월지 한국관광공사 제공
‘잠들지 않는 도시(city that never sleeps).’ 미국 뉴욕은 야간관광의 천국이다. 보고 먹고 체험하는 즐길거리가 지천이다. 뉴욕은 지난해 야간관광을 통해 약 190억달러(약 23조6000억원)의 경제효과를 냈다. 19만 명의 고용효과도 창출했다. 야간관광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핫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밀집, 밀접, 밀착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어서다. 국내 지역 곳곳에 숨은 야간관광 명소를 모았다.

화사한 불빛의 눈부신 향연 제주 라프제주라프 라이트 페스타에서는 빛이 만들어낸 예술 작품을 선보인다. 어둠이 깔리면 한라산 기슭 아래 펼쳐진 너른 대지는 그 자체가 빛의 갤러리가 돼 관람객을 이끈다. 이곳에 초대된 아티스트들은 자유자재로 빛을 다루며 기발한 상상력을 환상적인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라이트 아트 플래시를 감상하는 법은 따로 없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걷다 보면 어느새 예술의 세계에 들어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빛의 갤러리로 들어서면 곧바로 천연동굴이 이어진다. 동굴은 우주를 탐험하다 불시착한 낯선 행성처럼 느껴진다. 어슴푸레한 불빛 사이로 손톱만 한 크기의 양치류와 묘한 느낌을 주는 캐릭터 작품이 눈에 띈다. 브루스 먼로(Bruce Munro)의 오름은 가장 먼 곳에 있지만 걷는 수고를 들여서라도 꼭 만나봐야 한다.

교교한 달빛…경주 동궁과 월지역사문화도시 경북 경주에 어둠이 내리면 낮과는 전혀 다른 매력적인 세계가 펼쳐진다. 달빛이 산산이 부서져서 옛 별궁터인 동궁과 월지로 떨어져 내린다. 어떤 이들은 낮에 보는 동궁과 월지보다 밤의 모습이 더 아름답다고 평하기도 한다. 동궁은 원래 신라왕궁의 별궁터로 나라의 경사가 있을 때나 귀한 손님을 맞을 때 연회를 베푸는 장소로도 쓰인 곳이다. 동궁이라는 이름보다 안압지나 임해전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동궁에 있는 월지는 ‘달이 비치는 연못’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동서 길이 200m, 남북 길이 180m, 총 둘레 1000m의 크지 않은 연못이다. 연못 자체도 대단히 매력적이다. 연못 주위가 굴곡이 있어서 사방 어디서 보아도 못 전체가 한눈에 보인다. 시각적인 효과를 주어 작은 연못을 마치 거대한 바다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동궁과 월지는 불빛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자태를 뽐낸다. 은은한 조명을 받은 누각이 연못 속에서 그대로 녹아드는 것 같다. 더운 여름에는 소슬한 바람까지 분다. 지그재그로 이어진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야간 여행의 진미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반짝이는 도시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부산 송도 해상 케이블카
도시 야경 한눈에 부산 송도해상케이블카

부산 송도는 원래 한국 최초의 해수욕장이 있던 곳이다. 명성에 걸맞게 1964년 케이블카를 설치해 운영하다 2002년 철거했다. 최근에 생긴 해상케이블카는 2017년 6월에 1.62㎞ 길이로 만들어져 옛 명성을 잇고 있다. 여수, 목포 등 다양한 도시에서 해상 케이블카를 만들었지만 송도의 해상케이블카는 특히 밤에 아름답다. 반짝이는 도시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낮에는 부산의 남항과 멀리 대마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사진가들이 애호하는 경남 사천 제1경 삼천포 다리 야경
사진작가들의 사진 맛집 사천 삼천포대교

경남 사천의 ‘삼천포대교’는 사천시 대방동과 남해군 창선면을 연결하는 연륙교로 한려해상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어우러져 사천 8경 중 1경으로 꼽힌다. 국내 최초의 섬과 섬을 잇는 다리로 밤이 되면 화려한 조명이 연출돼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사진작가들도 즐겨 찾는 곳이다. 검은 바다와 하늘, 도시의 불빛과 어우러져 다양한 야경을 담을 수 있는 곳이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