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수녀들, 이슬람 명절 축하송…"종교 수용성"

이슬람 신자가 인구의 87%일 뿐, 종교 선택의 자유 보장

인도네시아의 수녀 3명이 이슬람 최대 명절인 '이둘피트리'(르바란)를 축하하는 노래를 부르고, 해당 동영상을 가톨릭방송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유해 관심이 쏠렸다.
26일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유프라시아, 빈센틴, 도로데아라는 이름의 세 수녀가 '슬라맛 르바란'이란 노래를 부르는 2분짜리 동영상을 녹화해 지난 22일 SNS를 통해 공개했다.

세 수녀는 '관용(Tolerance)과 함께 사는 아름다움'이란 제목의 동영상에서 "우리는 이둘피트리를 즐겁게 축하한다.

르바란을 기쁘게 축하하자"며 행복한 표정으로 노래했다. 인도네시아의 이슬람 신자들은 4월 24일부터 이달 24일까지 한 달간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하는 라마단을 보낸 뒤 이틀간의 르바란 명절을 즐겼다.

매년 르바란 명절은 열흘 안팎으로 이어지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문에 24∼25일 이틀만 공휴일로 지정하고 나머지 연휴는 12월로 옮겨졌다.

인도네시아 수녀들, 이슬람 명절 축하송 불러 자카르타 수도권 등 대도시 주민들은 귀향이 금지돼 화상통화로 친인척과 인사를 나눴고, 특히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은 가족을 감염시킬까 봐 집에도 가지 못하고 호텔 생활을 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 수녀가 부른 '르바란 축하송'은 큰 위로가 됐다는 반응을 얻었다.
간자르 프라노워 중부자바 주지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해당 동영상을 올리고 "목소리가 아름답다.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종교 선택의 자유'를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네티즌들은 "이슬람교를 존중해 줘서 감사하다", "다른 종교를 수용하는 모습에 감동했다", "함께 살면서 서로 (다른 종교를) 인정하는 모습이 아름답다"는 등 반응을 보였다.

인도네시아 종교부 관계자는 "(종교 간) 평화적 화합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인구 2억7천만명의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신자가 87%를 차지해 세계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을 뿐, 국교가 이슬람교는 아니고 종교 선택의 자유가 보장된다.

이웃 나라 말레이시아와 브루나이는 국교가 이슬람교다.

인도네시아인들은 이슬람·개신교·가톨릭·힌두교·불교·유교 중에서 자신의 종교를 선택하고, 해당 종교가 신분증에 표시된다.

인도네시아는 온건하고 관용적인 이슬람 국가로 분류됐으나, 수년 전부터 원리주의 기조가 강화됐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에서 종교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해야 하며 지방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