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발발 70주년에 되돌아보는 냉전의 역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교수, '냉전의 지구사' 출간

영어 'Cold War'의 번역어인 '냉전'은 말 그대로 '차가운(冷) 전쟁(戰)'을 뜻한다. 이 말을 사용하는 순간, 우리는 자연스럽게 긴장 상태이지만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상황을 떠올린다.

냉전기 유럽은 이런 개념이 잘 부합한다.

독일이 동독과 서독으로 나뉘고 서유럽과 동유럽으로 분열했지만, 미국이 이끄는 북대서양조약기구와 소련이 이끄는 바르샤바조약기구의 직접적 군사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차가운 평화' 상태였던 것이다.

미국 예일대학 역사학과의 오드 아르네 베스타 교수는 저서 '냉전의 지구사'를 통해 냉전의 역사를 깊숙이 들여다본다.

'자유'의 제국을 자처한 미국과 '정의'의 제국을 자임한 소련이 세계를 분열·대립하게 한 어제와 오늘을 두루 살핀다. 이와 함께 미·소 양국의 자국 개입에 대해 제3세계 국가 엘리트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외교 문서 분석 등을 바탕으로 면밀하게 분석한다.

저자는 이번 한국어판 서문에서 "냉전은 다른 그 어떤 지역보다도 한반도에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한반도만큼 냉전의 영향이 심하고 파괴적인 곳은 없었다. 냉전으로 조국을 황폐화한 전쟁이 발발했고, 적어도 250만 명의 한반도인이 목숨을 잃었다"고 안타까워한다.

베스타 교수는 냉전이 한반도에서 이토록 파괴적이었던 두 가지 주요 원인을 밝힌다.

첫째, 1890년대부터 본격화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이데올로기 대립과 일본의 점령 및 식민화가 한반도에서 동시에 진행됐다는 점이다.

둘째는 1940년대부터 국제 체제가 냉전 체제로 재편되면서 미국과 소련이 남과 북의 단독정부 수립을 지원했다는 사실이다.

올해로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았다.

그 5년 전에 미국과 소련이라는 양대 초강국에 의해 북위 38도 선을 경계로 강제 분단됐다가 사상 최악의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다.

그리고 현대사에서 보기 힘들 만큼 오랜 기간 앙앙불락하며 처절하게 상호 적대해왔다.

암울한 냉전의 최대 피해국이 아닐 수 없다.

냉전은 지금도 한반도에서 현재진행형이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냉전은 방법을 조금 달리한 식민주의의 연장이었다"며 "충돌의 과정에서 보면 냉전은 주로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통제와 지배에 초점을 두었다.

이를 위해 초강대국과 현지 동맹국이 취한 방법은 유럽 식민주의의 최종 국면에서 나타난 양상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했다"고 말한다.

그의 언급처럼 냉전 이데올로기와 초강대국의 개입은 다수의 제3세계 국가를 반영구적 내전 상태로 몰아넣었다.

이데올로기 차원에서 대립한 두 초강대국의 존재가 충돌을 영구화했으며 합의의 도출도 어렵게 가로막았다는 것. 현지 엘리트는 자신들이 설정한 목표가 매우 필요하며 윤리적이라고 확신했다.

저자는 "냉전기 두 초강대국은 현지 엘리트가 매력을 느낀 진보에 대한 윤리적 강박 관념을 공유했다"고 밝힌다.

이 책은 1914년까지 아메리카 대륙에서 이뤄진 미국의 팽창과 1917년의 러시아제국 등장, 1960년대 인도차이나 전쟁, 니카라과 혁명과 콘트라 전쟁에 이르기까지 냉전의 역사를 차례로 들여다보게 한다.

18세기부터 1960년대까지를 다룬 전반부가 미국과 소련 중심의 지구사에 집중했다면, 그 이후를 살핀 후반부는 제3세계의 개입에 초점을 맞췄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세계는 어떤가? 미·소 균형이 무너진 1990년대부터 '지구화' 또는 '세계화'라는 개념이 등장했으나 이를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바로 '미국화'다.

특히 금융 시장을 비롯해 전 세계적 시장은 홀로 남은 초강대국 미국을 중심으로 확장하는 자본주의 세계와 밀착했다.

소비주의와 자본주의로 대표되는 이 개념은 세계를 압도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옥창준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 814쪽. 3만9천500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