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첫 카드로 '기본소득' 꺼내나…'左클릭'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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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강화해 중도층 잡기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가 보수진영의 경제정책 노선을 ‘대전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종인식(式) 기본소득제’ 제안 등 중도층을 공략할 대형 의제를 띄울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통합당 내부에서도 ‘기본소득 연구모임’이 결성되는 등 보수진영의 복지 아젠다를 새롭게 발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재정 문제 등에 대한 해결책 없이 ‘기본소득제’를 언급하는 게 당에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내 연구모임 결성 나서
金, 재원마련 방법 고심
일각 "법인세 기금화" 거론
김종인 첫 카드는26일 통합당에 따르면 김 내정자는 비대위 출범 이후 내걸 정책 의제로 기본소득과 고용안전망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당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경제 정책을 내세워 ‘무능한 정당’ ‘기득권 정당’ 이미지를 벗는 게 급선무”라며 “진보진영보다 합리적인 형식의 김종인식 기본소득 의제를 던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기본소득이라는 ‘진보 정책’ 카드를 내놔 그동안 통합당을 외면해온 중도층을 잡겠다는 것이다. 이준석 통합당 최고위원도 “(김 내정자의) 기본소득제에 대한 선제적 입장 표명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보수냐 진보냐를 떠나 다른 버전의 기본소득제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김 내정자는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였던 2016년에도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세계적으로 불평등 격차를 해소하는 방법의 하나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는 것을 매우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는 총선 직전 통합당 안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정책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온 것에도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당 내부에서도 기본소득 논의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웅 당선자는 의원 4~5명과 함께 ‘기본소득 연구모임’을 조직해 다른 국가 사례와 기본소득 정책 도입 방식 등을 연구하기로 했다. 김 당선자는 “고용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이냐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때가 됐다”며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민주당과 차별화가 문제
문제는 기존 진보진영에서 언급됐던 기본소득제와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을지다. 그동안 통합당이 재정건전성을 강조해온 만큼 기본소득 개념은 가져오되 재원조달과 중복수급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내에서는 김 내정자가 기본소득제 카드를 꺼내들 경우 적용 대상과 재원 마련 방식에서 보수진영의 가치를 담아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당선자는 “기업의 법인세를 기금화해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이나 저소득 청년들에게 통장을 만들어주는 방식 같은 것은 검토할 만하다”며 “그 정책을 ‘기본소득’으로 못 부를 이유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미 공개적으로 ‘제한적 기본소득제’ 제안도 나왔다. 조해진 당선자는 최근 총회에서 “기본소득제를 어려운 사람에 한해 제한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전 국민 적용은 재정의 한계가 있는 만큼 청년이나 저소득층 등으로 대상을 한정하고 기존 복지 제도를 통폐합해 예산 집행의 비효율을 줄이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유경준 당선자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하지 않아 기성세대가 청년층의 고용에 피해를 입히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청년 기본소득제는 어떤 방식으로든지 해야 한다고 본다"며 "이미 실시하기로 한 전국민 취업지원제도도 일종의 범주형 기본소득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당내 저항 있을 수도
김 내정자가 기본소득 화두를 던진다면 당내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과거 새누리당 시절 김 내정자가 당 정강·정책에서 보수를 빼고 ‘경제민주화’를 넣으려고 했을 때도 큰 반발이 있었다. “보수 정당이 어떻게 ‘보수’를 싹 빼느냐”는 반응으로 당이 술렁였다. 통합당이 재정 문제에 대한 해결책 없이 기본소득 화두를 언급하는 게 오히려 국민 혼란을 부를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윤희숙 당선자는 “기본소득의 보장이 아니라 기본 기회의 보장이 먼저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