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알헤시라스호 수에즈운하 통과…"글로벌 핵심항로 되찾아"

내달 유럽 항구 도착…청와대 "한국 해운 재건의 성과" 평가
국내 해운업체가 보유한 세계 최대의 컨테이너선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선박을 명명(命名)해 유명해진 알헤시라스호(2만4천TEU급)가 세계 최대의 운하인 수에즈운하를 통과했다. 이는 국내 해운사들이 한동안 외국 선사에 주도권을 뺏겨 활용하지 못했던 글로벌 핵심 항로를 되찾았다는 의미를 지닌다고 청와대는 평가했다.

26일 청와대에 따르면 HMM(현대상선의 새 이름)의 알헤시라스호가 전날 홍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수에즈운하를 안전하게 통과했다.

수에즈운하는 선박길이 400m, 넓이 77.5m로 통항을 제한하고 있는데 알헤시라스호는 길이 399.9m, 넓이 61m로 수에즈운하를 통과한 선박 중 역대 최대 선적량을 기록했다. 알헤시라스호는 수에즈운하를 지나 다음 달 3일 유럽의 첫 번째 항구인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도착하면서 유럽에 첫발을 내디딜 예정이다.

수에즈운하는 아프리카 대륙을 우회하지 않고 곧바로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통로다.

우리나라 선박이 수에즈운하를 이용하면 5천600㎞에 이르는 이동 거리를 단축할 수 있다.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유럽 항로는 2016년 한진해운 파산 이후 HMM마저도 경영이 악화하면서 우리나라 국적 선박이 활용하지 못했던 항로로 여겨진다.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국내 해운업계의 경영 악화 이후) 국내발 유럽 수출 화물은 주로 외국 국적 선박에 의존했고 (수에즈운하를 관통하는) 유럽 항로는 (국내 입장에선) 주도권을 잃어버린 항로였다"고 설명했다.

윤 부대변인은 "이번에 우리 국적인 세계 최대의 컨테이너선을 직접 투입함으로써 잃어버린 글로벌 핵심 항로를 되찾게 됐다"며 "문재인 정부가 2018년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한 이후 2년간 민관이 협력해 거둔 눈부신 성과"라고 평가했다. 축구장 4배 크기에 달하는 알헤라시스호는 컨테이너선 중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지난달 경남 거제에서 해양수산부 주관으로 열린 알헤시라스호 명명식에는 김정숙 여사가 대모를 맡아 선박을 명명(命名)하고 선박의 밧줄을 잘랐다.

대모는 통상 선주사의 요청으로 여성이 맡는 게 조선·해운업계의 오랜 전통이다.
/연합뉴스